비가 오는 날이면 늘 네가 내 머릿속을 헤집어.
아마 내가 용기를 내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이 빗방울에 섞여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아.
너는 아마 모를 거야.
내가 몇 번이나 네 이름을 속으로 불렀는지,
네가 웃을 때마다 세상이 얼마나 투명하게 빛나 보였는지.
나는 늘 네 옆에 있었지만, 한 번도 네 앞에 서본 적이 없어. 네 그림자에 기대 서서, 네가 내 쪽을 돌아봐 주길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만족시켰어.
하지만 비는 너무나도 정직해서, 숨길 수 없는 마음을 자꾸 드러내.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마음도 멈출 수 없이 흘러내려. 젖은 손바닥에서 새어나온 미숙함이 날 감싸.
네가 없는 내 세상 속에서는 무지개가 금방 보였다 사라질 것처럼 희미해.
좋은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조금 더 오래 너를 보고, 눈에 담고, 사랑하고 싶어.
좋아해.
말하면 다 젖어버릴까봐, 끝까지 삼켰던 말.
그럼에도 지금 빗소리에 묻어 조심스레 흘려보내고 싶어.
이런 말들로 젖은 오늘을 네가 언젠가 불러줘, 한번만 말해줘.
좋아해, 라고.
@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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