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질퍽영원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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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1 19:04조회 183댓글 11유건
유수아 X 해 빈

| 해피엔딩 추구자 필독
| 다음생까지 이어질 영원은 우리




Ending credit
w. 유건


하루를 그 순간을
이렇게 될 걸 알았다면
더 담아뒀을 텐데

언제쯤일까
다시 그댈 마주한다면
눈을 보고 말할래요
보고 싶었어요

이은채 |




황홀했던 기억 속에
나 홀로 춤을 춰도 비가 내리잖아

이 안개가 걷힐 때쯤
젖은 발로 달려갈게
그때 날 안아줘

하지우 |


암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청유시는 참 낡은 도시다. 새로운 것이 한참은 도태되고 남은 건 지긋지긋한 정뿐인 마을에수 유수아는 나고 자랐다. 요즘 대거 지원된다는 AI 교육도 도입되지 않았고 운전도 직접 하는 게 일상. 유일한 볼거리는 주변에 널린 푸른빛이 일렁이는 바다였다. 그런 마을에 사는 유수아는 바다를 무서워했다. 이름에 붙은 수 水 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키운 할머니는 되려 전생에 바다에 빠져 죽기라도 했느냐고 호통을 쳤다.

무서워한 것과 별개로 유수아는 수영을 정말 잘했고 그 덕에 19살이 된 지금까지의 학창 시절을 모두 수영에 쏟았다. 유수아가 처음 집에서 40분 거리의 수영 학원에 등록했을 때 원장이자 유일한 코치가 경사가 났다며 소주를 6병을 까 마셨다. 유수아는 전생에 바다에 빠져 죽기는 커녕 바다를 횡단이라도 했던 걸까. 하지만 유수아는 여전히 저 물이 무서웠다.


질퍽질퍽영원


해빈은 유수아보다 2살이 어렸다. 5살이 되었을 때부터 다른 또래들을 제치고 유수아만 졸졸 따라다니며 수영을 배웠다. 해빈은 물을 좋아했지만 재능이 없었다. 사실 없는 수준이 아니라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물속에 들어가면 그곳이 커다란 강인 것처럼 온몸이 푹 잠겼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 굴었던 해빈도 수영장을 누비며 헤엄치는 유수아를 볼 때면 조금 불안해 보였다. 마치 또 물속에 처박힐까 두려운 사람처럼.

해반을 옆에 둔 유수아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에 잠기고 헤엄쳤다. 재능이 있다 어쩐다 하지만 사실 유수아가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수영장에 깔린 암전을 거두는 건 새벽부터 훈련하러 온 유수아였다. 어두운 공기에 조금 빛나는 창밖 너머 달빛. 그 중앙에서 일렁이는 물이 무언가와 닮아서, 언젠가 마주했던 것 같아 그것들을 마주할 때면 상 숨이 막혔다. 유수아는 수영을 해야만 했지만.


1년 전, 18살 여름. 새벽부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유수아는 제일 먼저 수영장 문을 열었다. 깔린 암전을 지우려 스위치를 달칵거렸지만 그다지 달라지는 게 없었다. 전기세를 납부하지 않아 전기가 끊긴 것이었다. 등 뒤에서 후끈하게 몰아치는 열기에 피부가 익을 것 같은데 저 물은 더럽게 차가워 보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영장으로 달렸고, 그대로

풍덩.


여기까지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익사할 뻔한 날 구한 건 해빈이었다. 내가 일찍 집을 나갔다는 말을 들은 해빈이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병동에서 정신과로 이동하며 유수아는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창문에 비친 유수아의 얼굴이 두더지처럼 동그랬다. 결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유수아는 물이 왜 무서웠을까. 할머니는 당장 수영을 그만두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유수아는 수영을 해야 한다. 할머니와 대판 싸우고 거리를 거닐던 유수아를 달랜것도 해빈이었다.

없는 외상이 갑자기 생겼다고 한들 유수아는 수영을 여전히 잘했다. 그 결과 19살 막바지에 국가 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까지 찾아 간 수영장 위층에는 사람들과 카메라로 붐볐다. 선수의 가족, 선수의 친구, 친구의 친구, 기자들···. 이미 몸을 모두 푼 유수아는 고개를 밖으로 빼고 살면서 몇 번 마주할지 모르는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위에서 플래시가 너무 터져서 아래에 있는 수영장이 되려 어두워 보였다.


그때 그 넓은 수영장이 무언가와 곂쳐 보였다. 어두운 사방. 번지는 윤슬. 찬란한 빛. 차가운 물속. 도망쳤다. 어디까지? 계속 달렸다. 얼마나?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왜? 서울의 거리가 어색했다. 그와 동시에 기이했다. 오래전 만난 적이 있는 기분. 나는 잘 알지도 못할 외상에 빠져서 오래전부터 꾸었던 꿈을 놓쳤다. 왜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검은 바다가 생각이 날까. 꽤 예전부터 품었던 의문. 멍청한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큰 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해빈이 오고 있었다.

유수아는 한심했다. 2살이나 어린 동생 앞에서 이런 꼴을 보이는 것도, 그 동생이 하필 해빈인 것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한심했던 유수아는 그 순간 바닥으로 추락했다. 시대를 거슬러 다시 만난 너 앞에서 난 여전히 한심해서. 예전의 그 청유와 다를 게 없어서. 다시 돌아온 계절을 나는 놓쳐서.

응? 시대를 거슬러? 다시 돌아온? 어디서? 너를?
너는 어디서 왔는가.

아득하다.

앞에서 해빈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것과 별개로 입이 제멋대로 놀려 답을 했다. 내가 망했는데 네가 왜 울어. 진심이었다. 내 목소리에 물이 가득했다. 나는 네가 무섭다. 나는 우리 사이가 무섭다. 해빈은 길고 흰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너를 어디서 봤더라. 네 부드러운 머리칼을 만지고 싶었다. 그 냄새를 맡고 싶었다. 왜 이런 감정이 나를 붙잡을까.

- 내가, 내가 누나를···


다음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사이를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불안함이 나에게 닥쳤다. 그렇구나. 우리는 결국 또 이렇게 되었구나. 우리는 그렇게 아팠으면서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그냥 너랑 나라서. 모든 운명을 거슬러 오직 너와 나라는 이유로 우리는 사랑을 부를 수밖에 없고 서로를 껴안을 수밖에 없구나. 우리는 민스크에서도, 오래 전 청유의 병실에서도, 지금 이 거리에서도.

- 좋아하니까.


우리는 결국 영원할 수밖에 없구나.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우리 여전히 운명일까. 아니 운명이 아니라 서로일까. 덩굴처럼 손가락 걸고 우리가 했던 약속을 기억할까. 그 날 바다를 가자고 했던 약속을. 엇갈린 시간을 헤매어도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나는 아득한 우주에 던져져도 그냥 괜찮을 것 같아. 물론 네가 있다면.

다음 생에 넌 꽃으로 태어나. 나는 바람으로 불어올게. 네 주변에 스치듯 머물다가 네가 그 날 준 그 향수의 향기처럼 그저 하늘 아래에서 벚꽃처럼 흩어질게. 다음 생에도 내가 널 찾아 갈게. 우연 같은 필연으로 또 만나 우리. 아니, 그냥 서로로 다시 만나자.


그 병실에서 이은채가 들었던 Mp3에는 4개의 곡이 담겨 있었다. Serenade, 봄눈, 그리고 전하지 못한 진심. 마지막 곡을 이은채는 결국 듣지 못했다. 우리의 기와 승, 전은 아팠으니 결은 어떨까. 우리의 결도 여전히 아플까. 우리가 영원할 수만 있다면 어떨까. 그 Mp3에는 전하지 못한 하지우의 결이 있었다.

- 아닌 하루도 분명 있겠지
-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못 들며

- 힘이 부쳐 노을을 놓칠 때
- 누가 먼저가 될 것 없이 달려가서

- 가장 크게 네 이름을 외칠게.


- 우리는 영원해.
- 그럴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하지우는 분명 영원을 그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우리처럼, 결국에는 민스크의 사랑을 한국까지 끌고 온 것처럼. 다른 이름으로 영원을 그린 우리처럼 우리 끝에 죽음은 없다고. 하지우와 이은채가 아니더라도 만난다. 이율린과 미하일이 아니더라도 만난다. 잔향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우리는 결코 멸하지 않는다. 운명을 믿지 않아. 내 운명은 항상 잔인했으니까. 대신 널 믿어볼게.

은채야.
다음 생에는 날 사랑해 줄 거라고 믿어볼게.


엉성한 청춘에도 분명 사랑이 있어요.


질퍽질퍽 完



https://curious.quizby.me/ugun…

^ 퇴고 없어요

BGM 01 Still with you - 정국
BGM 02 다음 생 - B.I
BGM 03 영원해 - 도경수

유수아 = 하지우
해 빈 = 이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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