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리고 겨울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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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2 11:44조회 33댓글 1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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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요즘 시대에 무슨 조폭으로 건들지 않고 그런 행위들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가 싶었다. 옛날에야 무섭지 디지털 사회가 발전한 이 시대 즈음에는 괜찮지 않냐는 게 내 지론이었다. 방금 떠올려 낸 것이라는 부분만 빼면 완벽하지 않던가. 나는 당황한 눈빛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 아빠가 조폭인 게 왜? 옛날에나 통하는 말 아니야?
- 뭐라더라, 그 있잖아 대충 엄청 무시무시하다는 그런 조폭······.
- 소문 아니야?
- 듣기로는 확실하다더니만 나도 정확한 건 잘.

친구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기에 나 또한 덩달아 당황한 상황에 직면한 기분이었다. 오히려 내 쪽에서야 놀림받는 일 없이 넘어가니 매우 기쁠 따름인 건 부정할 겨를이 없었으나, 괜히 파헤치고 싶은 탐정 다운 모먼트가 떠오르는 건 어릴 적의 호기심이라도 발동한 양 번뜩이고 있었다. 그래, 나는 꼭 그 진실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 내 마음이 그쪽으로 이끌린 탓이다.

점심시간.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그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환호성이 학교를 가득 채우고 이내 희미해지는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기뻐하고 기대하는 시간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 겨울이라던 애는 어째선지 모두 뛰어나가는 와중에도 그 소리가 희미해진 순간 이후까지도 제 자리에서 엎드려 누워 있었다. 자고 있기라도 한 건지 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급식실로 뛰어가려다 멈칫했다. 대화를 해볼 수 있었고, 또한 내가 원하는 진실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푼 탓이었다.

- ··· 저기, 자고 있어?

엎드려 있는 동급생한테 찾아가서 자고 있냐고 묻다니, 나 자신도 황당해서 웃음이 새어 나올 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또는 도망이라도 가야 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때 비척 거리는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 애였다.

- 뭐야, 넌.

비몽사몽 하게 겨우 뜬 눈으로 얼굴을 들어 올린 채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괜히 뻘쭘한 얼굴로 애써 하하 미소 지으며 자리를 피하려다 도리가 아닐 것 같다는 합당한 생각에 떠나는 건 관두기로 했다. 우선은 대답이 먼저라는 판단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 그냥 점심시간에 왜 밥 안 먹고 있나 해서···.
- 너한테 문제라도 되는 거 없잖아.

그 애에겐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몰랐다. 처음 말 거는 아이가 본인의 행동에 대해 갑자기 호기심이 든다며 질문하려 깨웠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기분 나빴으리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는 조심스레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상황을 좀 더 풀어나가야겠단 마음에서였다.

- 혹시, 있잖아······, 너네 아버지 정말 조폭이셔?

상대의 얼굴이 일그러진 게 보였다. 감추려 고개를 돌렸으나 그것이 곧 기분이 상한 것을 넘어 나를 향한 첫인상의 호감이 확실히 바닥을 찍었단 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곧 실수를 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애가 말을 꺼내려는 듯 입이 잠시 움찔거린 것을 보고 우선 기다리기로 했다. 그 이후에 나온 말은 혼잣말이나 다름없었다.

- 조폭이 뭐가 무섭다고 다들 조폭 조폭 거리는 건지 모르겠네 진짜······.

상황들이 낯익은 듯 그 애는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채 그 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을 바라보던 그리고 나를 외면하던 그 애를. 나는 시선 갈 데 잃은 사람처럼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반으로 들려오는 우렁찬 소리들이 교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벌써 밥을 다 먹은 동급생들끼리 교실에 와 떠들썩한 분위기를 좌우하는 그 시간이 온 것 같았다. 그 애, 겨울은 익숙하다는 듯 다시 엎드렸다. 나도 그에 맞추듯 조용히 자리를 떴다. 혹시나 하는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밥을 먹지 않고 교실에만 남아 있던 탓인지 바깥공기라도 마시자는 허항 된 생각으로 잠시 운동장에 향했다. 많이 남지는 않았을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만큼 산책이라도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운동장 옆에 따로 나뉘어 있는 산책로를 활용했다. 생각 없이 걷기엔 안성맞춤이며 상대와 대화를 나누기에도 딱 적당한 곳이기에 선생님들도 자주 활용하시는 것 같았다. 지금은 업무라도 하시는지 아무도 보이시지 않고 있다는 것에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앞으로 옮겨가며 많은 견해들이 머릿속에 두둥실 떠올랐다. 나는 그것에 하나하나 답을 내려야 모든 일과가 끝날 것처럼 어느새 깊은 생각에 빠질 것 같았다.

여전히 여름이었다. 나는 이 땀 흐르는 눅눅하고 따뜻하게 익을 것 같은 이 여름 속에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곧 어른이 될 것이라며 큰소리쳤지만 아직도 나는 그저 다가온 여름만을 직면하고 있었다. 어른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기보다 현재의 여름에 살고 있는 것이 좀 더 내겐 가까이에 있는 듯했다. 어른들은 전부 허항 된 말을 내 귀에 흘렸다. 내 머릿속에 깊게 새겨들지는 못할 말들에 불과한 것이기에 내게는 크게 소용이 없었다. 어른들은 바보일지도 몰랐다.

언젠가 다가올 겨울이 어른이 되는 시기보다 조금 더 가까웠다. 곧 이런 익을 것만 같은 여름을 넘어 겨울에 갈 것만 같았다. 나는 몇 개월 뒤라는 그 시간이 지나면 새하얀 눈송이들이 소복이 쌓여 온 세상이 하얗게 잠길 것이었다. 가을이란 적당하고 어쩌면 큰 세기의 바람이 가득 맴돌면 이 세상은 잠기고 발자국이 선명히 찍히는 계절에 다다를 것이었다. 나는 곧 다가올 미래를 그렸다. 어떻게 보면 멀지 않을 미래였다.

겨울. 나는 겨울에 가장 추억이 짙게 남았다. 지금까지 현존하는 기억들엔 모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에 기뻐하는 모습이 훤히 뇌리에 박혀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더욱 겨울을 기다렸다. 여름 또한 땀에 가득 적시는 것마저 하나의 추억이 되고 청춘이 된다는 아름다운 말들에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추억들이 담긴 계절을 사랑하고 싶었다. 그 탓에 나는 더욱 내 머릿속에 겨울을 그렸다. 나는 추억의 그 계절을 사랑했다. 사랑하고 있다.

예비종이 울렸다. 나는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교실엔 이미 거의 대부분이 제 자리를 채워 간간이 대화만 나누던 무르익은 분위기였다. 나는 그 분위기를 해쳐 자리에 착석했다. 곧 다시 수업 시간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리저리 지루한 수업이 모두 끝났다. 어느새 종례가 끝난 시간이 돼버렸다. 사실 모든 시간에 푹 자버린 탓에 수업이 기억 안 난다는 것은 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이 되었다. 그 비밀 고이 감추어 놓고서 교문을 지나 가장 힘찬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은 옆에 거대한 나무그루들이 한가득 심어져 있었지만 그 나뭇잎 위에 거대한 해가 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모든 나의 견해를 다 잊을 만큼 정말 뜨거웠던 햇빛이 장렬히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기다리는 겨울이 아닌 현재의 여름에게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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