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오후.
창밖엔 아직 눈이 조금 남아 있었고,
복도 끝까지 따뜻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서준아."

부드러운 목소리 하윤이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대로 멈췄다.
그 목소리는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우리는 말없이 2층 창가 쪽으로 걸었다.
많이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하윤은 몇 번 입을 열다 닫았다.
나는 그 모습을 숨죽여 기다렸다.

그리고
그 애가 마침내 나를 바라봤다.

"이제 우리 마니또 안하는 거지?"
"…응?"
"마니또 말고, 그냥... 나."
나는 숨을 삼켰다.
하윤이는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나 너 좋아해. 진짜로.
편지 썼던 것도, 장난 아니었어. 선물도 그냥 챙겨준 거 아니고, 웃는 거 보고 싶어서.
내가 그날 바로 대답 못 했던 이유는
너무 갑작스러웠어서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안될까봐 그랬어.
내가 널 정말로 좋아해서가 아니라 마니또로서의 마음이 더 큰 걸까봐."

하윤의 두 손이 떨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분명했다.

"근데 이젠 알겠어. 내가 널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마니또였던 것도, 그냥 게임이었던 것도,
이제 아무 상관 없어.
너가 너무 좋아. 말하고 싶었어."

나는 말이 안 나왔다.
숨이 벅차올랐다.

이 모든 걸 진심으로 전하고 있는 하윤이 앞에서
나는 말 없이 서 있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나도.."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다시 한 번 얘기할게.
나도 김하윤, 너 좋아해."

그 순간,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다시 부르기 시작한 그 순간,
진짜 겨울이 끝 난 것 같았다.
그리고 봄도 시작된 것 같았다.

이제 마니또가 아니라,
서로 이름으로 불리고 부르는 우리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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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우리는 종종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진심을 숨기고,
'룰'이라는 틀 안에서 용기 내곤해요.
이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요.

모두가 마니또라는 수단에 기대어 마음을 전하던 가운데,
수현은 그 틀을 조용히 깨고 나왔습니다.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 향하는 사람에게 다가갔고,
그래서 그 고백은 더 멋있고, 더 진심이였죠!
그걸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누구를 위한 역할'이 아닌 '누구를 향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그리고 주인공인 나(서준이)와 하윤이의 이야기를 통해선,
마음을 전하는 타이밍과 용기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서투르고 늦어도 한 번쯤은 진심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색함도 후회도 웃음도 다 지나고 나면
결국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너를 좋아했다는 그 사실" 이니까요.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 냈거나
혹은 지금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 당신에게 응원의 목소리가 되길♡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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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urious.quizby.me/xH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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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디렉션 - Live While We're Young
이 노래 되게 좋더라고요.. 들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