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린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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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17:17조회 26댓글 2EIEI 🫶
밤새 비가 왔다.
지붕 위로, 나뭇잎 위로
조용히, 오래도록.

아침이 오고
세상은 물에 젖은 채
말이 없었다.

새는
— 젖은 가지를 조심스레 밟았고,
바람은
— 조금 더 낮게 숨을 쉬었다.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였다.
말리듯이,
기다리듯이.

나도 걸었다.
물을 머금은 흙길 위로
누구의 기억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공기를 따라.

햇빛은 구름을 밀어냈고,
웅덩이 속 하늘은
아주 작고 깨끗했다.

그걸 들여다보며
나는 잠시 잊었다.
세상이 이렇게
부드럽게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__ 비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이 고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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