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破靜 (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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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7 20:24조회 52댓글 0청한
투명한 냉기가 서린 새벽 공기는 내 살갗을 가볍게 파고들었다. 그 서늘한 감촉은 소름 끼칠 정도로 현실을 선명하게 만들었지만, 모순적이게도 내 존재의 윤곽을 흐릿하게 지우고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스며들게 했다.


이 고요함은 너무나도 느릿해서 영원할 것만 같다는 초조감을 안겨 주었다. 한편, 나의 내면은 점점 이 어둠을 닮아 가 탁해지고 미미해져 파란의 감각을 잊게 했다. 어차피 잔류하게 된다면, 어차피 영원할 것이라면···. 커튼을 단단히 쳤다. 감미로운 안도감이 느껴졌다.


절벽에 둥지를 튼 덕인지 난 더 이상 내몰리지 않았다. 이 불완전한 안정감에 익숙해져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고갈되어 버리자, 감정은 결국 완전한 평형을 이룬다. 잔물결조차 일지 않는 호수는 그것이 호수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어둠을 피해 안개 속에 숨었다. 그러나 결국 오랜 시간 체류하면 안개는 짙어지며 백색의 어둠이 되는 것이다.

호수가 잔물결조차 없단 것은 안녕의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깊이에 빠져 숨을 허덕이게 된다.

나는 외면해 왔던 파란이 여전히 두려웠다. 이 고요를 벗어나겠다는 마음이 피어오른 순간부터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어쩌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빛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결과가 또 비참한 회피뿐이더라도 한 걸음정도는 내딛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어두운 새벽은 잦아들었고 하나의 찬연한 별이 하늘을 휘감았다. 저 별과 나의 거리는 하염없이 멀지만 빛은 내게 닿는다. 그래, 날은 이렇게 밝는다. 밤과 낮이 되풀이되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의 순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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