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억은 강렬했다.
푸른 하늘에 전투기가 빗발치듯 쏟아진다. 나는 한 손엔 아끼던 애착 물고기 인형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 내 가족 중 한 명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밖에서는 폭발음이 났다. 밤도 아닌데 별똥별이 내린다. 뭔가 쾅 하고 터질 때마다 손 끝에 걸린 물고기 인형이 미끄러졌다. 다섯 살 애한테 애착인형은 세상이다. 인형을 한 번 놓칠 때마다 난 위태롭게 세상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방에선 소름 돋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날카로운 비명이 귓속을 꿰뚫었고, 난 놀란 나머지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흙더미에 깔리고 말았다. 손에 쥔 물고기 인형을 놓친 걸 깨닫고 바로 일어나 다시 주우려는데 생각보다 깊게 깔렸는지 팔다리를 도통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죽음은 고작 이런 형태인가 하고 한탄하는 일순간 주위가 새하얗게 변했다. 사람이 죽어가는 소리가 났다. 그때 처음으로 세상이 망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엄마도 인형도 세상도 잃었다. 정말 다 망해버린 것이다.
전쟁 중 진영 한복판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그 전쟁과 하등 상관없는 우리 나라까지도 지대한 영향권에 놓였을 정도로 심각한 위력이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그 폭탄 하나로 인구 반절이 즉사했고, 남은 사람들 중 또 반절이 후유증으로 죽어나갔다. 폭발 이후 이십 년이 지난 지금 남은 인구는 고작 오 억 명이 되지 않았다. 세계는 합심하여 인류 부활 프로젝트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관측 가능한 우주 밖’으로 가자는,
일명 심해 프로젝트.
세상의 끝을 향한 연결고리. 외우주에 무엇이 있을지는 추상적으로도 밝혀진 바가 없었다. 추측은 상식을 넘어선다. 관측하지 못했다는 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이다. 빛의 속도마저 무시하고 팽창하는 ‘공간’은 그 어떤 물리법칙에도 제한되지 않는다. 심해를 알고자 했던 몇 세기 전의 과학자들처럼 우리는 외우주를 알고자 했다. 심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난 그 프로젝트의 유일한 우주비행사를 맡게 되었다.
외우주를 유영하는 물고기가 있다
/재업 죄송합니다.
https://curious.quizby.me/Seri…조종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확실히 조이고 산소 공급 밸브를 확인한다. 장갑 낀 손으로 패널을 훑고 심호흡한다. 중력가속도 훈련은 아무리 많이 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특히 다 끝나고 영상으로 확인하는 찌그러진 얼굴은 더더욱.
- 사전 점검 시작. 시트벨트 상태 보고.
- 시트벨트, 하네스, 헬멧 고정 완료. 산소 공급 정상.
- 메인 전원 가동.
메인 전원 버튼을 누르고, 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한다. 보조 전원도 마저 키고 컴퓨터 부팅을 진행했다. 훈련 과정은 간단했다. 통신관이 설명하고, 난 그대로 따라한다. 가끔은 순서를 전부 외워 통신관이 명령하기도 전에 수행을 마치기도 했다. 내 정도 짬이 차면 뭐라 구박하지도 않는다. 이어서 엔진 예열하고, 스로틀 레버 위에 손을 올린다.
- 발사 준비.
속으로 십 초를 셌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뜨면 그때부터 중력가속도 훈련이 시작된다. 압박 장치가 복부를 조인다.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보통 대기권을 빠지는 건 오 분 정도가 걸리니까 딱 그만큼만 버티면 훈련은 끝난다. 그런데 오늘따라 뭔가······ 방해가 많았다.
- 좌측 보조엔진 출력 저하. 조치 바람.
- 네.
- 고도계 불일치 감지. 데이터 검증 필요.
- 네.
- 진동 수치 허용치 초과. 감속 권고.
- 아니 왜······ 네.
이륙 이후 돌발 시뮬레이셔는 많아야 두개지, 보통은 하나 나오거나 신입은 그 하나조차 없다. 난 동시에 몇 개씩 닥쳐오는 고난이도 시나리오들에 진땀을 뺐다. 중력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들어 불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잔소리 안 들으려고 일부러 6G일 때만 돌발 시나리오 밀어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난 그냥 통신관의 의중이 궁금할 뿐이었다.
훈련을 끝내고 복도에 나와서 걷는데, 웬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통신관이 신입 여럿 데리고 내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 저기 너네 선배 지나가신다! 완벽한 훈련 영상 봤지? 저 정도는 해야 캡틴 되는 거야.
온갖 호들갑을 떠는 저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고작 이십 대 초반 되어 보이는 신입들은 그 말에 눈을 빛내면서 손이 부러져라 박수를 쳤다. 개중엔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사람도 껴 있었다. 난 칭찬이나 사람 같은 것들엔 전혀 면역이 없어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나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쫓아오는 신입 한 명이 있었다. 까마득한 선배한테도 살갑게 구는 신입은 걔 한 명이었다.
- 오늘도 멋있으십니다!
- 아부는 떨지 말고.
- 아부 아닙니다! 그나저나 선배, 저 질문 하나만 해도 됩니까?
- 뭔데?
신입은 뇌물 주듯 내게 물 한 컵 내밀며 물었다.
- 심해 프로젝트 말입니다. 왜 굳이 가능성도 미약한 외우주로 가려는 겁니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이미 몇십 개고 발견된 거로 알고 있는데요.
- 맞긴 하지. 당장 200광년만 나가면 k2-155d라고 지구랑 환경, 온도까지 거의 같은 행성이 하나 있으니까.
- 그럼 왜 외우주인가요? 외우주는 138억 광년 밖이고, 그 행성은 고작 200광년인데.
-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지.
- 예?
인간의 기술력은 완전무결하지 않았다. 거리가 광년 단위로 넘어가는 순간 걸리는 시간은 백 년, 천 년이 넘어간다. 그 천문학적인 시간을 기다리기엔 인류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일억 명이 넘는 사람을 그렇게 먼 행성에 보내려는 것도 과오였다. 일반인들은 모르겠으나, 심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 직전까지 항공우주국에서는 ‘행성 이주 프로젝트’ 가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예 인원 천 명만 이주시키려고 했으나 높으신 분들의 의견조차 합일되지 않아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결국, 유일한 가능성은 웜홀이다.
얼마 전 물리천문학계의 한 가지 위대한 발견이 논문으로 발표됐다. 그 내용은 단순히 진공에서 미지의 에너지가 발산된다는 것이었다. 양자 요동으로 입자와 반입자가 생성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반입자에서 미지의 에너지 발산을 포착했다.
반입자는 웜홀이었다. 3차원, 4차원을 뛰어넘은 웜홀의 반대편 입구에서 지구와 다른 차원축의 중력 퍼텐셜 에너지가 웜홀 입구로 튀어나오며 차원간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새로운 에너지 혁명이었으며 전 인류에겐 망해버린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석유를 대체할 신에너지 발견’ 같은 말은 이 발표의 중요성을 아주 조금도 설명하지 못한다.
- 그런데 문제점은 우리가 웜홀의 도착점을 조정할 수가 없다는 거야.
이쪽 분야에서는 공간을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웜홀이란 우리가 사는 우주, 즉 브레인과 아주 먼 우주인 또다른 브레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주는 공간이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는 고차원 영역이 있는데, 그곳을 보통 벌크라고 지칭한다. 벌크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놓인 브레인은 반입자가 생성될 때 서로 연결된다.
- 뭔 소립니까, 그게?
- 강 위에 다리를 세운다는 뜻이야.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 웜홀의 도착점을 조정할 수 없다는 건······
- 나일강에 놓은 다리를 양쯔강에 연결할 수는 없잖아? 우리 우주와 연결된 장소도 달라지진 않을 거란 얘기지.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웜홀 크기 키우는 것 하나였다. 그것도 반입자가 있어야 겨우 가능했는데, 반입자는 뒤지게 비쌌다. 따라서 항공우주국은 전국 단위를 넘어서서 전 세계 단위로 돈을 쓸어모으기 시작했다. 산업도 망했고 나라도 망했겠다 전 세계 나라들은 우주 연방 만들어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모아 미래의 인류를 향해 쏘아보냈다. 그 돈으로 이십 년 동안이나 반입자를 모았다. 그럼에도 아직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웜홀을 키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처음 십 년은 사고 수습 때문에. 다음 오 년은 만들어낸 반입자가 자꾸 쌍소멸로 사라져서. 그 다음 오 년 동안은 착실히.
그리고 지금, 우주선이 출발하기까지 고작 이 주가 남았다. 애지중지 모아온 반입자를 드디어 사용할 때가 왔다고 저번 달 항공우주국은 내게 긴밀하게 첩보를 보내왔다. 이제 얼마 뒤면 보도로도 나갈 거다.
- 이건 비밀인데, 나 곧 우주 간다.
- 네? 정말입니까? 우주선 하나 만들기도 힘들 텐데 굳이 이 타이밍에 간다는 건 혹시······.
신입이 두 눈 크게 뜨고 주위를 살피다 살금살금 걸어와 속삭였다.
- 외우줍니까?
- 그래.
- 허억!
애써 속삭인 보람이 없게 신입은 반응이 솔직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키득댔다. 어째 나보다 신나 보였다. 내가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저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냥 올 게 왔다 하는 느낌이었다. 난 항공우주국에 있는 다른 후보자들과는 다르게 우주가 좋다거나 세계를 구하고 싶다거나 하는 일념으로 우주행을 결심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납치였다. 가족 다 잃고 길거리에 내앉아 배운 적도 없는 기계 조립을 업으로 삼아 고장난 물건 고치고 꽁돈 몇 푼이나 받으며 살아가던 도중에 공짜로 밥 준다는 말 듣고 홀랑 넘어가 아홉 살 때부터 항공우주국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난 그때부터 이름보다 후보자로 더 많이 불렸다. 물밑에서 시작되던 심해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낙인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온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 축하드려요!
내가 받아야 할 건 축하인가.
- 근데······ 귀환은 확정된 겁니까?
아니면 애도인가. 난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제 고작 스물다섯 살. 애새끼가 어른 같아서 귀엽지가 않다는 말은 골백 번 들어 봤지만 그렇다고 내가 진짜 나이 먹을 거 다 먹은 늙은이는 아니었다. 처음 이 건물에 들어왔을 때 내 또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래가 슬슬 입사할 때쯤 난 그들과는 감히 면대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직급이 올라가 있었고. 그래서 직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게 친한 척 굴었던 신입에게 더 정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 에너지는 왕복하고도 남을 정도로 넣어주신다긴 했어.
일부러 애매하게 말하자 신입이 입술만 죽 내밀었다. 속상해 보였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는 법이었다. 살아 돌아온다고 약속하고 죽어버리면 괜히 더 슬플 테니까. 난 내가 이 프로젝트의 첫 희생양으로 결국 귀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구십 구 퍼센트 확신했다. 그나저나 그렇게 시끄럽던 애가 말도 없이 따라오고만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억지로 덧붙였다.
- 너 올해로 몇 살 되냐?
- 그건······ 스물 셋입니다.
- 내가 두 살 많네. 스물다섯.
이런 말은 익숙하지 않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건 죄다 상관들 뿐이라 하급자에게 어떻게 대해야 날 어려워하지 않을까 고민했던 적도 많다. 그러니까.
- 돌아오고 나면 형이라고 불러.
이건 내 최선. 이미 굳어버린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자 신입이 날 보곤 환하게 따라 웃었다.
- 정말이죠? 형님! 저 말도 놓습니다?
- 내가 언제 지금부터 놓으라고 했지?
- 나 참 깐깐하네.
- 씻을 거니까 넌 운동이나 더 해.
- 따라가도 됩니까?
- 핵 맞고 싶냐.
신입이 기겁하는 사이 재빠르게 개인 호실에 들어가 방 문을 닫았다. 문 틈새로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난 물 다 마시고 남은 일회용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어깨에 수건을 둘렀다. 씻으려고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죽지 말라는 말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가.
항공우주국의 보물이라며 애지중지해도 결국은 도구로 쓰이다 도구로 죽을 것을 알고 있다. 애초에 외우주 쪽으로 파견선 안 보낼 때부터 알아봤다. 항공우주국은 부족한 자원을 인력으로 떼웠다. 우주선 한 번 보낼 때마다 반입자 모으는 데 오 년이 걸린다. 앞으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년 단위를 벗어나진 못할 거라고 감히 장담한다. 그런데 고작 그 일 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은 몇천만 명씩 죽어가고 있었다. 항공우주국은 다급했다.
관측 불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예상할 수도 계산해낼 수도 없다. 누구는 무한하다고도, 누구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백 배 정도 된다고도 한다. 확실한 건 내 목적지는 고차원 세계라는 것이다. 이건 차원간 에너지가 발산된 것으로 확정된 사실이었다. 우리는 일단 외우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시공간을 비틀어 인과연에 간섭하든 새로운 기술이나 자원을 받아 오든 하면 미래에도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항공우주국의 주장.
아, 찬 물이다.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정말 이러다가 죽겠다 싶을 정도로 훈련이 많았다가도 하루 종일 일정이 없을 정도로 뚝 끊기곤 했다. 이건 항공우주국이 밑사람 신경 못 쓸 정도로 바빠졌단 뜻이었다. 난 그간 스스로를 마땅한 도구라고 생각해왔다. 밥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목숨 하나 바칠 만하다고. 내 값싼 목숨을 인류의 동앗줄 하나 잡는 데 쓰면 그거야말로 명예로운 죽음이다 하고. 그런데 요즘따라 이상하게 죽기가 싫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형 소리 듣고 싶었던 것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내 죽음도 아무도 모른다. 양자역학적 관점이다. 외우주로 가기 전까지, 난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의 양자 중첩 상태. 형 그리고 선배도 서로 중첩 상태. 둘 중 하나가 관측되는 순간 파동 함수는 붕괴된다.
다음 날 일어나니 이미 기사는 보도된 상태였다. 배려 차원에서인지 건물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까마득한 상관이 찾아오긴 했으나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난 그 커다란 건물을 독점하여 몇 시간이고 혼자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우주여행 당일날이 되는 건 금방이었다. 지난날 빡세게 관리했던 일정 덕분인지 아침 여섯 시에 절로 눈이 떠졌다. 난 평소처럼 샤워하고 나와 식당으로 갔다. 커다란 식당에 밥 먹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주위엔 아침부터 정장 차려입고 주위 훑어보는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색하게 자리에 앉아 미리 받아온 음식을 턱 내려놓곤 포크로 고기를 찍어 한 입에 집어넣었다.
그 이후로는 전부 안전 점검이었다. 이미 몇십 번을 했을 텐데 시동 걸기 직전까지도 열심이다. 우주에 나가면 작은 결함 하나로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말고가 결정되니 중대한 사항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사람 몇십 명이 모여서 분주하게 뭔갈 준비하는데, 저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겨우 내 손에 달렸다고 생각하니 전혀 실감되지 않았다. 고작 나 따위가 인류를 책임져도 되나? 그런 회의감.
최대한 적은 반입자로 최대의 효율을 만들기 위해선 우주선을 얇고 길게 제작해야 한다. 웜홀의 입구가 작아도 원활히 통과하기 위함이다. 우주선 입구는 천장에 달려 있고, 선내는 제대로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가늘다. 웜홀이 열릴 곳은 우주와 열권의 경계. 약 1000km 계면이다.
태양이 중천에 떴을 때 난 선내로 들어갔다. 훈련을 얼마나 지독하게도 했는지 처음 타 보는데도 뭘 해야 되는지는 에이부터 제트까지 전부 내 머리에 있었다.
조종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확실히 조이고 산소 공급 밸브를 확인한다. 장갑 낀 손으로 패널을 훑고 심호흡한다. 진짜 이륙은 처음 하는데도 손에 닿는 그 촉감만은 익숙했다.
- 이륙 준비. 시트벨트 상태 보고.
- 시트벨트, 하네스, 헬멧 고정 완료. 산소 공급 정상.
- 메인 전원 가동.
메인 전원 버튼을 누르고, 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한다. 보조 전원도 마저 키고 컴퓨터 부팅을 진행했다. 이륙 준비 과정은 간단했다. 통신관이 설명하고, 난 그대로 따라한다. 훈련 때는 순서를 전부 외워 통신관이 명령하기도 전에 수행을 마치기도 했는데, 오늘은 보는 눈이 많아 그럴 순 없었다. 이어서 엔진 예열하고, 스로틀 레버 위에 손을 올린다.
- 발사 준비.
이륙이다. 난 속으로 십 초를 셌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뜨면 그때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압박 장치가 복부를 조였다.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보통 대기권을 빠지는 건 오 분 정도가 걸리니까 딱 그만큼만 버티면 중력가속도는 점점 완화되기 시작한다. 평상시 훈련이 그랬듯이, 대기권을 벗어나는 동안 생긴 변수는 딱 한 개 정도가 끝이었다.
- 좌측 보조엔진 출력 저하. 조치 바람.
- 네.
그 변수가 정확히 이 주 전 훈련했던 것과 같아서 실없이 웃었다. 하늘은 하늘색에서 점점 짙은 푸른색, 연이어 보랏빛으로 변해간다. 이는 점점 고도가 높아진다는 증거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점들을 쏟아내니 마치 꿈 속 한 장면 같다. 우주는 세상을 덜컥일 환상을 별 것도 아닌 것처럼 쏘아내곤 했다.
- 웜홀 열겠습니다.
외우주로 들어간 이후로는 통신 장치도 잘 작동이 되지 않기 시작한다. 내가 보내는 통신 연락도 최소 몇백억년은 지나야 아주 긴 파장의 전파가 되어 내 존재를 이미 죽은 행성이 된 지구에게 전달하겠지.
- 마지막 명령이다. 꼭 귀환해라.
따라서 ‘귀환’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내 생존이고, 더 넓게는 외우주에 대한 정보다. 귀환하지 못해 구천만 떠도는 정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얼굴보다 목소리가 더 익숙한 통신관이 둘 중 무슨 의도로 귀환하라 말한 것인지는 그 명령을 지키지 않고선 평생 모를 것이다. 다시 지구에 돌아오게 되면 꼭 물어봐야지 하고 결심했다.
주변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하고 저 밑으로는 창백한 푸른 구가. 광속 일 퍼센트 속도로 순간 가속하며 반입자 잠금 장치를 제거한다.
- ······.
세상의 끝을 향한 연결고리. 외우주에 무엇이 있을지는 추상적으로도 밝혀진 바가 없었다. 추측은 상식을 넘어선다. 관측하지 못했다는 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이다. 빛의 속도마저 무시하고 팽창하는 ‘공간’은 그 어떤 물리법칙에도 제한되지 않는다. 심해를 알고자 했던 몇 세기 전의 과학자들처럼 우리는 외우주를 알고자 했다. 그래서 결국 뭘 봤냐 하면.
동그란 흰색 공 위로 콕 박힌 동공. 머리부터 꼬리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잘 빠진 몸에는 형형색색의 비늘이 붙어 있다. 진공 중에서도 하늘거리는 지느러미와 매끄러운 표피. 그건 어릴 적에 봤던 ‘무지개 물고기’에 나올 것 같은 이질적이고 믿기지 않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
외우주에는 고작 그 물고기 한 마리 있었다.
𓆜 ˚。˳✧༚ ˚ 。 ະ ‧ ₊:゚.* ・。゚ 𖤐.⋆ ⁺˳° ⭒˚ 。⋆
W. Seria
+ 해석에 편하시도록 남겨둡니다
그 일단 글이 어려우셧다면 죄송합니다······
외우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초끈이론에 따르면 관측 가능한 우주를 넘어서 아주 먼 곳으로 가면 다중 차원이 존재한다고도 합니다. 초끈은 17차원에 존재합니다. 우린 고작 3차원, 시공간으로 따지면 4차원에 살고있습니다.
주인공은 다차원을 봤을까요? 무언가 깨달은 게 있을까요?
주인공이 봤던 물고기는 과연 뭐엿을까요 물고기엔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걸까요 열린 결말에 대해 많이 생각해주셧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