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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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1 23:58조회 68댓글 2유하계
사랑만큼 왜곡된 저주는 없을거야.
너는 나의 저주였고, 사랑이였어.

너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고,
너만큼 미워했던 사람이 없었어.

이런걸 애증이라 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다면 우린 애증의 관계겠지.

사람의 몸 속 기관 중 가장 마지막으로 죽는건 귀래. 그래서 나 죽으면 질질 짜지 말고, 예쁜 말 못해줬던 말 다 해달라 했던 내 말 넌 기억할지 모르겠다.

지금 내 앞엔 네가 있겠지?

나의 저주야. 나의 사랑아.
부디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눈물을 그치고 사랑을 고백해줘.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어서.

지금 내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을까, 흘러넘친 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을까. 아니면 이건 그냥 빗물인걸까. 추적이는 빗소리에 묻혀 네 눈물은 가려졌고, 네 목소리도 빗소리에 덮혀 들리지 않아.

머리는 미치도록 뜨겁고 숨도 가빠오는데 넌 여전히 머뭇거려. 나는 죽기 직전인데 넌 울고만 있어. 그렇게 날 미워하더니 마지막까지 넌 실망스럽다. 그 말 하나를 기억 못 해선. 바보야.

- 좋아해.

그제서야 들려온다. 커다란 이명과 함께 그 무엇보다도 또렷한 네 울음 섞인 목소리는 억척스레 내리는 빗소리를 뚫고 죽기 직전의 내 귀를 파고든다.

누구보다도 날 미워하던, 그리고 좋아하던 내 사랑.

안타깝게도 귀보다 먼저 죽어버린 내 입은 너의 고백에 답해주지 못했어. 내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너도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참 좋았을텐데. 조금만 더 빨리 고백해줬다면 참 좋았을텐데. 좋아한단 그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펑펑 우는 너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나는 끝까지 들을 수 밖에 없구나. 너는 마지막까지도 나를 괴롭게 만드는구나.

그런 점까지도 너다워서, 내 사랑이 저주인건가보다. 이렇게 바보같은 너를 사랑하고 만 내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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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By. 유하계
생명과학은 참 흥미로워요... 그래서 좋아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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