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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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13:31조회 28댓글 0유하을
비 오는 오후였다.
나는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막 울음을 멈춘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그렇게 슬펐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유난히 아프게 꽂히던 날이었다.

그 사람이 다가왔다.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앉았다.

"괜찮아요?"
그 말 한마디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따뜻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말없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같은 벤치, 같은 시간, 같은 공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 이름을 묻지 않았다.
연락처도, 사는 곳도,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 날 나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 덕분에
다시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다.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사람.
어쩌면 진짜 위로란,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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