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6 14:02•조회 53•댓글 5•애주
“사랑의 열병입니다.”
병원에서 진단 받은 병명은 열병이었다. 사랑 그따위 것, 해본 적도 당해본 적도 없는데. 고작 열병 하나로 이리 몸이 달궈질 이유는 불충분하다 느낀 나머지 울분을 토하며 의사에게 달려들었다.
“태어나서 사랑 한번 해본 적 없는 제가 열병이라고요? 여기가 병원이지, 드라마 세트장입니까?”
곧 의사의 눈에서 피 같이 흐르는 눈물이 뺨을 메웠다. 메우다 못해 장마라도 쏟아진 양 흘러내리고, 넘치듯 진료실을 채워도 이해하지 못 하는 나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이만 나가 주세요.”
“뭐, 아니, 뭐라고요?”
진료실에서 쫓겨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
“병명이 뭐래?”
친한 친구에게 터놓으니 그나마 나아지는 기분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몰라, 헛소리만 주구장창 듣다 쫓겨났어.”
빈 속에 마른 소주만 들이키자니 공허한 마음에 자꾸만 공허함에 공허감을 덮어씌우는 격이 됐다.
“근데, 내가 사고 당하기 전에 말이야.”
소주잔을 빙빙 돌렸다.
“그 여자 의사, 만난 적 있던가?”
잠시 침묵했다. 깊은 생각이라도 하는 모양새.
“아니, 없었어.”
고갤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이미 깊게 진 별들과 눈이 마주쳤다. 저를 봐달라는 것처럼 열심히 빛내는 별.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역시 그렇지?”
까맣고 까만 밤이다. 사고로 잃은 기억의 반쪽이 금세 하늘로 날아간 기분. 사랑의 열병 따위, 이젠 아무것도 아니라지.
“네가 해수를 잊을 줄은 몰랐는데...”
“뭐라고?”
“아, 아니야. 한 잔 더 마시자.”
응, 그냥 그렇게... 영원히.........
@ 애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