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면 지워지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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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2 16:21조회 22댓글 0신나경(RIZZ)
#5. 찰나의 약속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도 장마는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기상청은 이번 장마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다음 주 즈음 대규모 수학여행 기간과 겹쳐 전국적으로 변덕스러운 폭우를 뿌릴 거라는 예보를 내보냈다.

월요일 아침, 교실 안의 공기는 여전히 축축했다. 나와 이상현은 사귀기 전과 다름없이 행동하려 애썼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교실 문을 열 때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볼 때마다 우리는 은밀하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한시은.”

점심시간, 아이들이 급식을 먹으러 우르르 빠져나간 빈 교실에서 이상현이 내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그 애의 손에는 여전히 남색 장우산이 들려 있었다.

“어, 이상현.”

“이번 주 지나면 다음 주에 수학여행 가잖아.”

“응. 제주도로 간다고 하더라.”

나는 이상현의 얼굴을 보며 짐짓 밝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수학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여름 장마도 완전히 끝이 날 테고, 그것은 곧 이상현에게 허락된 시간이 전부 고갈된다는 뜻이었으니까.

이상현은 내 책상 모퉁이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수학여행 가서도 비가 올 거래. 기상청 예보 봤어.”

“……그래? 내가 예보관 지망생인데 너한테 소식을 먼저 듣네.”

“그러니까 가서도 내 우산 속에 있어.”

이상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다정한 말 속에 담긴 시한부의 무게를 알기에, 나는 목이 메어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응. 꼭 붙어 있을게.”

이상현은 주머니에서 작은 초콜릿 하나를 꺼내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먼저 교실을 나섰다. 책상 위에 남겨진 초콜릿을 바라보며 나는 다짐했다. 다가오는 수학여행에서 어떤 비바람이 몰아치든, 이상현의 손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고. 우리의 장마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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