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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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6 22:56조회 59댓글 2해온
https://curious.quizby.me/URZ8…

_ 오늘도 수고했어요, 부디 제 마음이 닿았기를

침대에 풀썩 누운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세상에 대해 내 신세 한탄이나 늘어놓았다. 속으로는 한없이 중얼중얼. 닿지 못할 달을 바라보며 저주라도 하는 게 내 유일한 분풀이였다. 이런 행동 외에는 무엇 하나도 나아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리고 몇 초가 지났던가. 벌컥, 진하게 공기를 누르던 문소리가 들렸다.

- 방 정리 좀 하고 있으라던데.
- 어어~ 알았다고 전해.

귀찮은 잔소리의 전달에 한숨을 푹 쉬었다. 다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이 공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창문 뒤 흔들리던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

겨우 누웠던 몸을 다시 일으켜서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치울 것도 없는데, 툴툴 내뱉던 혼잣말을 겨우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고는 서랍 하나를 열었다.

- 응? 여기 내가 안 봤었나?

처음 보는 것이 분명했다. 작은 메모지, 그리고 그 옆에는 간식 몇 개가 놓여있었다. 분명 내가 둔 것이 아니었는데.

- 누가 두고 갔담.

간식을 옆으로 치우고 본 메모지를 꺼냈다. 거창한 말이라도 담겨있을까, 하며. 이제야 알게 된 예전의 내 흑역사일 것만 같아선. 보기를 주저하다가 겨우 보았다. 그 메모지에 담겼던 말은 그렇게 거창하지도 멋진 말도 아니었다.

| 오늘도 수고했어.

그 말이 전부였다. 그 짧은 한마디, 그것에 나는 한숨을 짧게 쉬었다.

- 이게 대체 뭐야.

괜히 기대라도 하였던 이 마음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만 같았다. 대단한 메모일까 싶어 기대했건만. 무참히 짓밟힌 것만 같아서, 그것에 속상함은 미룰 수 없었다.

- 그래도 뭐… 상관없지 않을까.

이 메모지를 쥐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이것에 의해 신세 한탄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이라는 하루에 겪었던 기분 나빴다 싶었을 일들이. 공기 어딘가에 흩어져서는 날아간 것만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방 정리는 이따 해도 되겠지, 하며. 이 기분에 한껏 취하고만 싶었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그 한마디에 마음의 휴식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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