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zeoz…ZIOEIO는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린 창업 컨설팅 회사다. 국내, 국외 가릴 것 없이 엄청난 창업 고수들을 모아 회사를 차려 출장도 한 달에 육십 번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아직은 작은 판매 사이트에서 소소하게 수제 굿즈나 팔던 재희에게 이란 황금같은 건 인생에서 두 번은 안 올 중요한 기회란 건 재희 본인이 제일 뼈저리게 알던 것이었다.
재희네 쇼핑몰, < Pink lass > 페이지는 수두룩한 리뷰들과 사진들로 넘쳐난다. 주로 분홍색 토끼와 분홍 장신구, 소품들을 주로 운영하는 것에 반해 성인 남성이 운영하는 걸로 유명한 개인 브랜드. 핑크래스를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져 카피 상품까지 우르르 쏟아지고, 더이상 정품 판정을 받지 못 하는 탓에 운영을 중단하게 된 것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나간다.
얼른 복귀해야 하는데.”
이미 헝클어진 매트리스 위 이불에 더욱 몸을 기댄다. 천장에서 화사하게 빛나는 백열등이 자꾸만 홈페이지 배경과 빗대보여 눈을 계속 비비게 된다. 지치지 않고 나오는 한숨도 눈치없이 기어 들어오는 바람에 멈출 타이밍도 놓쳤다.
“허억- ”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잡았다. 정체를 알 수 없이 저장도 안 된 번호가 더욱 불안케 만들었고, 오직 수락과 거절 단추만이 눈에 걸려 엄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요즘 유행한다는 보이스 피싱이기라도 한다면 어쩌지. 아직 학자금 대출도 다 못 갚았는데 이 전화 하나로 전재산이 빠져나간다면 어쩌지.
“여보세요?”
고민할 새에 엄지는 그만 수락으로 마음이 가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묵직한 중저음이 심장 박동 수와 엇비슷히 들춰맞는 것 같다.
“누, 누구세요?”
회심의 일격으로 내민 첫 마디부터 난 말더듬과 음이탈에 창피해 목을 두어 번 기침한다. 상대방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쿡쿡 쑤시는 웃음소리와 더불어 다시 한 번 음이 들려온다.
“어제 이메일 드렸던 지오이오 대표입니다. 상세 페이지 전화번호 보고 전화했어요.”
그제야 경계심이 사그라들어 조금이나마 목청을 높인다. 이렇게 직접 전화까지 주는 다정한 회사가 다 있을까, 하며 수줍음에 볼록 튀어나온 토끼 인형의 귀를 만지작거린다. 다 닫히지 않은 창틈이 매서운 찬기를 툭툭 뱉어내고 있지만 아무렴 다정한 온도가 귓가에 맴도는 이상 그런 기운은 상관없다.
“아, 네! 방금 확인했었어요. 이메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메일 받으신 대로 창업 관련 문의입니다. 빠른 시일 내로 미팅 가능하실지요?”
대뜸 들어오는 미팅에 놀란 기색도 역력히 드러났을 거다. 보통 이런 말은 이메일로 주고받지 않나, 싶은 것도 잠시 가게 창업과 미팅이란 말에 금세 화색이 돈다. 응답하려던 찰나 다시금 고막 안으로 자상한 음색이 흘러내린다.
“너무 저돌적이었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사유는 미팅해 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모호한 말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진다. 원래 지오이오는 깔끔하고 세련된 일처리로 유명할 텐데, 이런 애매한 대답은 남기지 않는 걸로도.
“그럼 미팅은 언제 어디서 하나요?”
나름 고능하게 물어본 것 같아 재희는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도 이렇게 현대 직장인처럼 고급진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거였구나, 하고.
“자세한 건 이메일로 다시 남겨드리겠습니다. 지금 회사 내부 사정이 바쁜 터라서. 응답 감사드립니다.”
통화는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허무하게도 채 오 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질문에 연연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허망하게 끝났다.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온 핸드폰이 오랜 기간 켜져 있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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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5일 1시 30분, ZIOEIO 본 건물 앞으로 오시면 직원이 인근 카페로 데려다 드릴 예정입니다. 어제 전화했던 홍보 3팀 태성건 대리입니다.
“지오이오 직원들은 다 빼어난 건가...”
전화했던 목소리를 내심 되새기며 인형을 꼭 안는다. 어깨 너머로 넘어온 손이 자신을 응원하는 것 같아 옅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