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히 빛나는 하늘 위 너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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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3 19:51조회 22댓글 0유하계
오늘 너가 나를 떠나갔다.
흰 국화꽃을 네게 건내면 우리의 모든 것이 정말 끝이라도 될까 봐 국화꽃을 사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날, 내 꽃은 가져가길 바랐다.
왜 사람이 죽으면 흰 국화꽃을 주는건지 난 몰랐다. 똑똑했던 너라면 알고 있었을까. 그래도 좀 봐줘, 너가 좋아하는 꽃이잖아, 백합. 나 바보인거 너가 제일 잘 알잖아.

아, 진짜. 나 안 울려고 했거든?
근데 사람들이 다 우는 거 있지. 거기서 혼자 웃을 수 없어서 그런거야.
사진 속 너는 환히 웃고 있는데 나는 울고 있다. 마지막까지 내 웃는 모습이 좋다던 너의 말을, 웃어달라던 너의 말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밖으로 나와 정처없이 걸었다.
쓸 데 없이 밤하늘은 더럽게 아름다웠다. 참, 너는 보랏빛 밤하늘을 참 좋아했지. 새파란 하늘에 핀 불투명한 구름들을 찍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 날 너의 눈도 네가 눈에 담곤 했던 구름처럼 흐렸던 걸까.

"넌 죽으면 어디로 가고 싶어?"

"나는... 그냥. 어디로든, 너랑 같이."

"그게 뭐야. ...난 밤하늘로 가고 싶어. 가서 별 만들래, 저기에."

"그 얘기 하려고 물은거지?"

너와 했던 대화들 하나하나가, 네 표정들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네가 떠났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늘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또 별이 안보이네- 라고 투덜거리던 너의 시선이 닿은 곳에 별 하나가 보인다.

찬란히 빛나는 그 별이 너의 발자국일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괜시리 아려온다. 저 별을 따라가면 네가 보이기라도 할까봐 우리가 나란히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어본다.

...사실은, 밤하늘을 볼때면 반짝이던 너의 눈을 나는 참 좋아했어. 너의 시간은 영원히 18살의 겨울에 멈춰있겠지만, 언제나 저 깊은 밤하늘 속에서 날 기다리며 유영하고 있을 걸 알아. 괜찮다면 조금만 날 기다려줄 수 있을까?

그 때까지 많은 별을 눈에 담고 찾아갈게.
그 별들을 모두 선물해줄게. 내 눈이 터져버릴 한이 있더라도. 내 눈에서 별들을 꺼내어줄게.

___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은
죽은 사람들의 발자국이다

___

ep.09

By. 유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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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글자 제목은 사랑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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