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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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7 23:30조회 50댓글 6유하계
인어는 인어공주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그럴 수 밖에. 인어공주는 바깥세상을 동경했다. 제 기능도 못하게 생긴 이상한 머리빗을 자랑하지를 않나, 인간들이 쓰는 물건들이 너무나도 재밌다 하지를 않나. 그런 걸 머리빗으로 쓰는 걸 보면 인간들은 참 멍청한 존재들 같기만 하다.

이기적이고 못된 인간들은 우리 인어들을 위협해왔다. 그런 인간들이 사는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공주를 그녀는 절대 이해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공주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가 보기에는 바다 속 아름다운 푸른빛 풍경과 순수하고 귀여운 물고기 친구들이 바깥보다는 100배 1000배 낫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그녀가 처음 바깥세상을 보게 된 그 날 밤. 그녀의 볼을 간지럽히는 바다의 포말과 달빛에 비쳐 반짝이며 흐르는 윤슬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으며 그런 바다 위에서 궁전의 진주와 조개들보다도 반짝이는 빛이 가득한 배 위의 사람들을 본 그녀는 그런 인간들이 아주 조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그녀는 바다속으로 황급히 돌아갔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보다 두 살정도는 어려보였다. 소녀는 그 무엇보다도 진실된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접혀 미소를 지을 때는 세상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우리라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소녀와 친구가 되고싶었다. 공주를 미워했던 탓에 친구가 없었고 그걸 당연시했던 그녀는 처음으로 친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멀리서 인어공주가 보였다. 두려움에 가득찬 공주의 혼잣말은 멀리까지도 들렸다. 또 무슨 말을 하는건지 가만히 들어보았다.

"왕자님이 위험해... 어떡하지...?"

왕자? 그 배 위에 있던 인간인가? 그렇다면... 소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빠르게 위로 올라가 소녀를 찾았다. 부서진 배의 파편 위에 앉아있는 소녀는 너무나도 작고 연약했다. 그런 소녀를 육지로 데려다줘야할지 바다 아래로 내려가 소녀를 구해야할지 몰랐다. 아무래도 바다가 더 안전하리라.

그녀는 빠르게 소녀의 손을 잡고 바다 아래로 깊숙히 내려갔다. 소녀는 그 때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공포를 느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손에 이끌려 소녀는 바다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죽겠구나. 왕자님을 몰래 사모했던 소녀는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했다. 약혼자가 있는 왕자를 사모한 죄.

그것도 모르는 불쌍하고도 어리석은 그녀는 희망에 가득찬 눈빛을 보내며 궁전 가까이에 도착했을 때 뒤를 돌아보고는 소녀에게 말했다.

"여긴 인어들이 사는 곳이야. 어때? 바깥보단 안전할거야. 난 아르모라고 해. ...어, 어라."

기쁨에 가득찬 미소를 짓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소녀의 얼굴은 미소 대신 경악과 공포, 두려움이 가득했고 잡고 있던 손의 온기는 사라진 뒤였다. 그제서야 아르모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소녀를 안아들고 다시 바다 위로 올라갔다. 빨리, 더 빨리, 빨리 가야 해.

그러나 이미 소녀를 안아들고 위로 올라온 후는 늦은 뒤였다. 소녀의 밝은 웃음소리 대신 희미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녀의 색색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아르모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뭐가 잘못된거지? 도대체 뭘 잘못한거야?

"...악의가, 있, 었나요...?"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잖아, 응? 아직 이름도 못 물어봤는데. 난 그저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어. 그저, 친구가... 그러나 아르모는 말할 수 없었다. 경멸로 가득 찬 소녀의 눈빛은 아르모의 마음에 커다란 가시를 꽂았고, 아르모는 소녀의 볼을 쓰다듬던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소녀의 눈은 조용히, 서서히 감겼다.

괴로웠다. 뭐가 잘못된지도 몰랐던 아르모는 그제서야 알았다. 인간은 바다에서 숨을 쉬지 못 해. 이제야 눈치를 챈 아르모는 자신이 마냥 미웠다. 인간과 인어는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음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이. 그냥 육지로 데려다줄걸. 왜 그랬어. 소녀가 행복하길 바란게 아니야? 넌 이기적이야. 멍청한 아르모. 아르모는 자신을 몰아세우고 또 몰아세우며 짐승의 울음소리를 연상시키는 울음소리를 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소녀를 꽉 안고 아르모는 울었다.

그 날 이후로 육지에는 왕자의 생일파티 날 사고가 난 때 쯤이면 바다 멀리에서 한 인어의 슬픔이 가득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는 전설이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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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는, 인어를
악의 없이 인간들을 물 속으로 끌어들이지만, 인간이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을 잊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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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2

By. 유하계
나무위키로 동화들을 둘러보다 저 문구를 보고 단편이 적고 싶어져 20분동안 적어봤어요...! 퀄리티는 비록 안좋을지라도 열심히 적어보았습니다. :) 이로써 두 번째 단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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