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2 19:46•조회 59•댓글 1•구로
열일곱의 여름은 레몬에이드를 닮아 있었다. 처음에는 눈이 시릴 만큼 반짝였고, 한 모금 머금을 때마다 달콤함 끝에 작은 새콤함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특별한 약속도 없이 늘 같은 시간, 같은 골목에서 마주쳤다. 사소한 농담에 함께 웃고, 이유 없이 서로를 놀리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괜히 다른 곳을 바라보곤 했다. 좋아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지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자꾸만 너를 향해 걸어갔다.
여름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네 교복 자락이 흔들렸고, 그 평범한 장면 하나에도 하루가 오래 설렜다. 손끝이 스칠 듯 가까워지면 심장은 이유 없이 빨라졌고, 헤어지는 길에는 내일도 꼭 볼 수 있기를 조용히 바랐다. 너와 나 사이에는 거창한 약속도, 영원하자는 다짐도 없었다. 그저 함께 걷는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뿐이었다. 어느새 노을은 짙어지고, 얼음이 녹아 연해진 레몬에이드를 끝까지 비워 마시던 날이면 괜히 헤어지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그때의 사랑은 서툴렀고, 그래서 더 맑았다. 다 자라지 못한 마음들이 서로를 향해 흔들리던 계절. 어른이 된 지금도 문득 레몬 향이 스치면 그 여름의 햇살과 너의 웃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열일곱의 우리는, 달고도 시린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 한편에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달콤하지만 새콤하고, 투명(透明)한 레몬에이드같은 우리들의 청춘(靑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