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잔혹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숨을 내쉴 때마다 흩어지는 입김은 마치 기억의 조각이 되어 공중에서 부서진다. 그 흩어진 조각들 사이로 너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나는 그 이름을 붙잡으려 손을 뻗지만, 손끝은 언제나 허공만을 가른다. 그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잡히지 않기에 더 오래 머무는 감정이라는 것을.

너를 잃은 이후, 세상은 온통 희미한 빛으로 변했다. 거리의 불빛마저 유리창 너머에서 멀게 일렁였고, 바람은 마치 오래된 비밀을 품은 듯 낮게 운다. 나는 그 속에서 매일 네가 남긴 자취를 따라갔다. 네가 머물던 자리마다 시간은 서늘하게 식어 있었고, 그곳마다 내 발자국은 얕은 한숨처럼 남았다. 그리움은 그렇게 내 안의 계절이 되었다. 스스로 빛을 품지 못한 마음이 외부의 모든 것을 빌려 너를 비추는 일, 그것이 나의 생이었다.

그리움은 기억의 자리에 의미를 놓는다. 나는 그 문장을 믿었다. 그래서 내 안의 모든 기억을 조심스레 다시 꺼내놓았다. 너의 웃음은 온기를 품은 잔설처럼 느리게 녹았고, 네가 건네던 말들은 한 줄의 시처럼 내 마음에 새겨졌다. 나는 그 기억의 모서리를 다듬으며 너를 다시 만들어냈다. 그렇게 의미를 덧붙일수록, 너는 점점 더 완전해졌다. 현실보다 고요하고, 더 다정하고, 더 빛났다. 나는 그 완전함을 사랑했다. 어쩌면 너보다도.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빛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기억하는 너의 눈동자는 그렇게 투명하지 않았다. 그 따뜻함은 내가 덧입힌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미련이란, 기억 위에 거짓된 빛을 덧입히는 일이라는 것을. 마치 차가운 눈 위로 얇은 얼음이 덮여 빛을 반사하듯, 미련은 진실을 감추고 환상을 반짝이게 만든다. 나는 그 반짝임이 너의 흔적이라 믿었지만, 그것은 결국 내가 만들어낸 착광이었다.

시간은 잔혹하게도 진실을 침묵 속에 가둔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여전히 너를 불렀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더 이상 너에게 닿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심연에 닿아 메아리쳤다. 그리움이 심장을 적시고, 미련이 그 위에 얇은 얼음막을 씌웠다. 나는 그 얼음 밑에서 천천히 숨을 쉬었다. 차가웠으나, 그 차가움이 나를 살게 했다.

어쩌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너를 잃은 나를 사랑한 것일지도 모른다. 상실을 품은 자신이 더 깊고 아름답게 느껴졌으니까. 미련은 스스로의 상처를 예술로 포장하는 감정이다. 나는 그 미련을 예쁘게 다듬어 내 안에 두었다. 그게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게 해주었으니까.

오늘 밤에도 눈이 내린다. 흰 눈송이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다 이내 사라진다. 그 짧은 생애가 꼭 우리의 사랑과 닮았다. 찰나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지만, 결국엔 스스로의 온기에 녹아 사라지는 존재. 그러나 그 사라짐조차도 아름다웠다. 나는 여전히 그 눈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거짓된 빛이라 해도, 그것이 너를 닮았다면 나는 그 빛 아래에서 영원히 머물겠다고.

겨울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모양을 바꾼 채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계속 내린다. 그리고 그 눈발 사이, 나는 아직도 너를 본다. 흐릿하지만 분명히,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리움은 여전히 내 안에서 의미를 놓고, 미련은 그 기억 위에 얇은 거짓의 빛을 덧입힌다. 그 빛이 내 안에서 꺼지지 않는 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너는 여전히 나의 겨울 속에서, 빛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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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기억의 자리에 의미를 놓고
미련은 그 기억 위에 거짓된 빛을 덧입힌다고들 하더라고요
연애는 잘 하고 있습니다 큐리 오면 자랑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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