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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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13:04조회 46댓글 4미드나잇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미술 시간, 선생님께서 이번엔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나는 원래의 나였다면 즐거웠을 이 시간을 그저 부담스럽게만 느꼈다.
조나연을 의식했다.

또 나보다 잘 그릴까 봐. 또 아이들이 조나연을 칭찬할까 봐.
그 애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도망치듯 연필을 들었다.

평소처럼 똑같이 그리지 않고, 내 방식대로 그려보았다.
조금은 거칠었고 삐뚤어졌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괜찮았다.
난 조나연이 아니라, ‘이나연’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그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그림을 보고 말했다.

“와… 나연아, 너 그림 진짜 멋지다.”

고개를 들었다.
조나연이었다.

그 애는 언제나처럼 밝게 웃으며 내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투와 미움으로만 가득 찼던 내 눈에 처음으로 다른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난 내가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는 걸.. 굳이 열등감에 사로잡혀 조나연이 될 필요가 없다는 걸.

-우리 같이 그림 그릴래?
조나연이 웃으며 말했다.

망설이지 않았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좋아.
조나연에게 처음 웃어주는 것 같았다.

이제 난 더 이상 조나연을 질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나연은 언제나 나의 하나뿐인 선의의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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