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8 17:25•조회 36•댓글 5•한지우
여울: 진실의 그림자
며칠이 지나고,
지수는 마침내. 어머니의 편지를 열었다.
편지는 단정한 글씨로 시작되었다.
"지수야, 이 편지를 읽는 너는 이제 준비가 된 거겠지.내가 평생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제 너에게 전하려 해."
지수는 숨을 고르며 다음 문장을 읽었다.
"너는 아버지의 죽음을 '갑작스러운 병'이라고 들었지.하지만 그 병은 오래전부터 우리 가족을 조용히 잠식하고 있었단다.아버지는 위암 말기였어.
진단을 받았을 땐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지."
지수는 편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이 너무 갑작스러워, 그저 운명이라 생각했었다.
"그 사람은… 네게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병원에도 혼자 다녔고, 마지막까지 너와 웃으며 이야기하고 싶어했지.나는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했단다."
편지의 마지막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지수야, 네가 이 집에 다시 돌아온 건 우연이 아니야. 이곳엔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지 못했던 진심도 남아 있어.
이제 그 진심을 너에게 맡길게."
지수는 편지를 가슴에 안고, 감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곳에 앉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었다.
그 슬픔은 억눌린 감정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날 저녁, 지수는 작은 제단을 만들었다.
감나무 아래, 아버지의 사진과 어머니의 편지를 함께 놓고, 녹차를 따랐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아빠, 엄마… 이제야 알았어요.
당신들이 얼마나 나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조용하고 깊었는지를.”
-By한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