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8 13:26•조회 87•댓글 4•미드나잇💜𝐦𝐢𝐝𝐧𝐢𝐠𝐡𝐭🌌
난 늘 그림자였다. 환한 조명 아래 빛나는 주인공의 뒤편 어딘가에 희미하게 보여지는 존재. 2등이라는 꼬리표는 이름보다도 익숙했다. 1등을 향해 발버둥 쳤던 수많은 날, 이러한 순간에 느껴야 했던 열등감과 아쉬움은 이제 무덤덤한 일상이 되었다.
나를 열등이라 부르는 건 다른 사람들, 남들이 아닌 나였다. 텅 빈 무대에서 홀로 연기하는 것처럼, 세상은 늘 먼저 앞서나가는 듯했고 나는 날 기다려주지 않는 그 뒷모습을 쫓다 지쳐버렸다. 이대로 멈춰도 괜찮을까. 이렇게 남들을 쫓으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문득 고요한 한겨울 속에서 봄을 꿈꾸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차가운 바람에 가지는 앙상하고, 땅은 아직 꽁꽁 얼었지만, 그 나무 한 그루는 언젠가 따뜻한 햇살 아래 열매를 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런 존재인지 모른다. 지금은 모든 것이 어둡고 막막하지만, 따뜻한 봄을 향한 희미한 '열망' 하나쯤은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리라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세상의 빛을 온전히 받으며 환하게 웃고 싶었다. 쉼없이 넘어지고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어쩌면 내안의 작고 희미한 희망의 조각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록 뒤처진 듯 보여도, 언젠가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할테니.
텅 빈 한 장의 종이처럼 느껴졌던 나의 삶에도 글은 쓰여지고 있었다. 화려한 성공담은 아닐지라도, 묵묵히 걸어온 발자국들은 나만의 흔적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세상은 나의 절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나조차 외면했던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니.
텅 빈 공간, "공백" 그것은 부재가 아닌, 채워질 수 있는 가능성일것 이다. 아직 그려지지 않은 나의 봄을 기다리며, 묵묵히 고독한 겨울을 견뎌내는 작은 사과나무처럼, 그렇게 나의 삶을 다시 써 가고 싶다. 어쩌면, 세상이 나를 알아봐 주는 날보다, 내가 나를 먼저 알아주는 날이 더 의미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공백은, 이제 막 시작될 이야기를 위한 여백일 테니.♧
하하-공백 조각글 (←이 노래 좋으니 꼭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