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고 떨어진대도 난 너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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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 23:35조회 231댓글 37Y
너를 떠나보내고,
길었던 몇 개월이 지났다.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는 시간들이 지났음에도
네가 날 떠났단 사실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부정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올 것이라며,
그렇게 합리화하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니라며 단정짓던 순간마다
무너지는 것은 나였다.

이미 떠나버린,
더 이상 내 앞에 존재하지 않는 너가
내게 달려올 것이라 믿는다는 건

사무치게 아픈 내 마음을
나락까지 가지고 가서야
떨어뜨리는 것만 같았다.

네가 사라진 것을 부정하는 마음이,
나락으로 치닫을 때마다 아파온다는 것은
결국 나를 떠나 너까지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은 고통을 외면한다는 행동이
더 큰 고통으로 이끌었다.

너를 바랐던 건
내 욕심이었을까.

네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없다 해도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기적인 탐욕이었나.

이게 내가 꿈꿨던
너와의 영원일까.

이미 사라진 것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과연 끝없는 행복에 다가가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무언가로 피어나겠지.

흑장미의 꽃잎처럼,
결국 피어나는 것처럼.

불행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
의미없는 시간들을 이어나가게 만든,
언제 울릴지 모르는 타이머가 되어있었다.

난 그 타이머를 쥐고서
만날 날은 고대하였던 것이다.

참 어리석은 믿음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 타이머를 끊임없이 쥘 생각은 없다.

바보같은 생각을 뒤바꾼 지금이야말로,
더 이상의 후회와 미련을 남길 수 없는 이 날이야말로
타이머를 버릴 수 있는 확실한 기회였다.

그러니,
난 그 의미없었던 시간들은 하나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후회와 미련을 털어버리려 한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은
너를 마음 속의 추억 속 조각들로 모아두기 위한 준비로,

앞으로의 날들은
너를 깊은 마음 속 넣어둘 수 있는 새로운 시작으로.

그렇게 다시 한번
도전하고,
나아가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탐욕들과 욕심을 씻겨내릴 수 있는 날까지.

# 사랑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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