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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urious.quizby.me/EKLL…그거 알아?
헤매이는 모든 순간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거야.
아스라이 시들어 간 꽃잎 위로 스치던 바람마저 슬퍼, 나는 잊힌 봄을 매만졌다. 봄은 제 모습의 잔존을 남긴 모양이었다. 지난 봄은 잔향을 흘리며 떠났고, 나는 그 향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코 끝에 진하게 스치던 옅고 햇빛을 담은 듯 따뜻하게 바람 타고 흐르던 향기가 있었다. 제 형태를 알리듯 그 향은 여전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향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내게는 온전히 무더위에 익지 않은 여전한 봄이 있었는데.
- 너는 봄을 기억하니?
바람은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대답을 들려주리라 믿은 허공 속 메워지지 못한 구멍 사이로 꽃잎 하나가 떨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벚꽃잎이 지고 있나보다. 나를 기다리지 않은 여름은 나뭇잎을 뿌리에 가득 쌓아두기 위해 꽃잎은 흩날리는 이래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잊히게 했다. 색 바랜 꽃잎은 아름다웠던 날들 속 재연할 수도 없을 텐데. 나는 꽃잎을 향한 그리움을 남겨두었다. 봄을 보내는 방식이라고 여겼다.
그 날들을 회한하니 그리움에 젖은 상념이 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아두고, 거대해진 크기를 겨우 지탱하는 꼴이 우스워 보였다. 이제 여름이 오고 있잖아, 언젠가 상념도 저 꽃잎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이내 시들어 갈 운명이잖아. 위에 서 있는 양 굴어봐야 태도만 높은 언덕에 미소 짓고 있을 뿐, 나도 저 감정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내가 가진 감정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너에게, 그대에게, 당신에게. 수신인에 너의 이름을 적어두면 네가 읽고 가지 않을까. 결부하는 네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너도 봄을 사랑했잖니, 그 순수한 계절을 연모했으면서. 봄과 함께 떠나간 너는 내게 손가락 하나 고이 걸지 않고서, 족적도 남기지 않았다면 너는 내게 기약 없는 이별을 고하는 거야. 너라는 존재를 내게 아로새기고 너는 제 자신에게 종지부를 선물했다면, 나는 무엇을 따라 너를 찾아가야 해?
봄을 사랑한 너를 사랑한 나는 하염없이 볼폼없는 형태로 남아있어. 이제 여름이 올 거야. 무더위에 잠식된 햇빛이 한가득 나를 감싸고 말 거야. 내게서 봄을 숨기고, 봄을 저 깊은 수면 아래에 빠뜨리고 원체 봄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속삭일 거야.
그러나 내게 그런 속삭임 밖으로 이끌어내 봄에 데려다 줄 너는 없다. 수신인에 적은 네 이름은 봄으로 향할 길잡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내가 사랑한 것은 봄이 아니야, 너였어. 너의 이름에 작게 속삭인다. 수신인이 들어주지 못하는 속삭임에 애처로운 진심을 담아본다. 파도가 몰아치며 부서지는 순간에, 길 잃은 포말이 바람 사이로 흩날리는 것처럼. 나도 길 잃어 입력도 해두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흩날릴 것만 같아, 영원할지도 몰라. 두려움을 한껏 품어 허공에 손을 내밀어본다. 네가 손을 잡아줄 날만을 고대하면서.
- 그거 알아?
- 어떤 걸 말하는 거야?
- 있지, 꼭 길을 잃어 정착하지 못하는 별은 없대.
언젠가 바람이 시원하게 우리를 감쌌던 날, 네가 한 말이 기억에 실려 나를 찾았다. 올곧게 하늘을 향하던 눈빛이, 자신이 알고 온 사실에 대해서는 언성 높여 당당히 이르던 목소리마저 모든 것이 너를 향한 기억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기억에 몸을 맡겼다. 떠오르는 기억에 힘을 풀고서 귀를 기울였다.
- 그게 왜?
- 별들이 우리 눈에 비치는 것은 제 자리에 정착하여 반짝이고 있기 때문인 거잖아.
- 너도 참...
단순한 이야기라고 치부하며, 코웃음 치고 바람 타며 지나가려던 나의 두 손을 모아 붙잡은 너의 손에는 어떤 의지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가볍고,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여린 감정이 아닌, 자신의 뜻을 찾은 지식인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던 네 눈빛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생생하다.
- 그러니까, 너도 헤매는 것이 아닌 제 자리를 찾아 반짝였으면 좋겠어.
- 뭐?
- 너는 별을 닮았으니까. 알았지?
헤매지 않고 내가 귀착하기를 바랐을 너의 미소가 온전히 내 기억에 빛 바래지 않은 상태로 남아 반짝이고 있었다. 너는 여전히 너인 모양이었다. 제 자리에 정착하여 반짝이라더니, 이미 뜻 이룬 네 미소는 뭔가 후련해 보였다. 내게도 손을 내밀 것만 같은 네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부서진 파도에서 떨어져 나온 포말이 머릿속에서 두둥실 떠올랐다. 포말 또한 바람을 타고 헤매고만 있지는 않았다. 파도 옆 제 자리를 찾아 모래사장 위에 안착한 지 오래였다. 나는 어쩌면 그 포말까지도 외면하며 눈 돌리고 있었는지 몰라.
청명을 찾을 수 있을까? 네가 말한 자리할 수 있는 곳에 닿을 발 디딜 곳이 있을까. 사실 나도 청명과 늘 맞닿아 있지 않기에 지금의 네게 정답을 미리 알려줄 수 없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하며 숨을 돌렸다. 너라면 내게 믿음을 주고 앞으로 갈 길을 내어줄 테니까. 청명에게 연맥을 이어두며 기다리고 있을게.
봄에서 유영하고 있을 테니, 너는 나를 만나러 와 줘.
기약 없는 이별에 광명을 가져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