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카페 창밖으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번졌다. 식어버린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는 손끝이 저릿했다. 테이블 건너편, 너의 자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 있었다. 내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빈 잔처럼, 이제 너의 세상에는 내가 없겠지.
우리는 이 자리에서 수없이 웃고 다투며 화해했었다. 그러다 마침내 네가 지쳐버린 날 나는 차마 너를 붙잡을 수 없었다. 네 눈빛 속에서 나는 내가 너에게 얼마나 나쁜놈이었는지를 읽었으니까.
―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 거야. 행복해져야 해.
네가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내 안에는 더 이기적이고 어두운 소원이 꿈틀거렸다.
나는 밤마다 하늘에 대고 몰래 빌었다.
네 인생에 내가 가장 나쁜 놈이기를.
간절하게 오직 그것만을 빌었다.
내가 네 삶에 남긴 상처가 가장 깊은 흉터고,
내가 준 아픔이 네가 겪을 가장 큰 고통이기를.
그래야만 네가 앞으로 만날 모든 인연들이 나보다 덜 나쁘고 나보다 더 따뜻하고, 나보다 더 진실될 테니까. 나의 잔인함과 나의 서툼, 그리고 이기심이 네가 행복을 느끼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기를 바랬다.
나와 헤어지고 난 이후의 모든 것들이,
너에게는 축복처럼 느껴지기를.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어딘가 비틀려 보였다. 이토록 잔인하고 뒤틀린 축복을 빌면서 나는 네가 영원히 나를 최악으로 기억하길 바랐다. 그 기억이 네 행복의 초석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네 인생의 영원한 가장 나쁜놈으로 남을 테니까.
어둠 속에서 나는 너의 빈자리를, 그리고 내 마음에 박힌 그 소원을 꼭 껴안았다. 이 도시 어딘가에서 너는 나보다 덜 나쁜 사람과 함께 웃고 있기를.
그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자,
가장 아픈 이별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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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애 || 너의 빛을 위해 내가 어둠이 될 것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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