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일한 삶의 이유였던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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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19:19조회 57댓글 12공미아 × 유하계
ㅤ이제 내 곁에 있던 너를, 늘 나를 보고는 환히 웃으며 "백하야!" 하고 부르던 너를, 늘 내가 보이기만 하면 달려오던 너의 강아지같은 모습들을 못 본다는게 실감이 가지 않았다.

ㅤ그 때 내가 너 대신 그 차에 치였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그 날 내가 조금만 더 늦게 출발했다면? 아니, 그 때 횡단보도에서 뛰었더라면! 그럼 내 곁엔 지금 너가 있었을까? 배시시 웃으며 조잘조잘 내게 먼저 이야기를 건내주었을까?

ㅤ아, 서하늘. 하늘아, 하늘아. 거기 있다고 얘기해줘. 모든게 장난이였다고, 미안하다고 얘기해달라고. 그럼 모든게 다 원래대로 돌아올텐데. 나도, 너도, 다 제자리로...


ㅤ어렴풋이, 희미하게 너가 눈 앞에 보이는 것도 같았다. 아니, 환각이였을까? 아니, 아니였다. 분명 너였다. 너가 내게로 온거였다.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ㅤ"....하늘아."

ㅤ입을 여는 순간 입술 근처가 찢어지듯 아팠다. 찢어지듯이 아니라, 찢어진 듯 했다. 아니, 찢어졌다. 내가 물을 안마셨던가? 밥은 먹었던가?

ㅤ너가 없는 내 삶은 더 이상 삶이 아니여져갔다. 그럼에도, 입술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너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불러야만 했다. 이곳에 너가 있음을 확신하고 싶었다.

ㅤ내 눈앞의 너는 웃기만 했다. 계속, 웃고만 있었다.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 봐.

ㅤ"아무 말이라도, 해주면... 안 돼? 하늘아.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

ㅤ켈록, 켈록ㅡ!!

ㅤ목이 아팠다. 건조하다 못해 입 안이 사막마냥 말라버린 듯 했다. 모래가 입 안 가득 채워진 것 같았다. 아팠다.

ㅤ이대로 내가 물을 마시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정말 그렇게 내가 살게 된다면... 아니, 그럴 자신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너가 사라진 것 같아서. 너가 죽었단 걸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 자신 없었다. 그걸 인정할 자신이.

ㅤ그렇게 되면, 인정하게 되면... 너와의 모든 추억이 사라지는 거잖아. 내가 너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시간들이 사라지는거잖아...


ㅤ너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비록 만난지는 얼마 안되었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있어서 꽤 큰 부분을 차지했었고, 나 또한 그랬으리라 믿고 싶다. 우리는 거의 매일을 함께 했다.

ㅤ일단 첫번째, 우리는 늘 하교를 같이 했다. 하교 때마다 근처 분식집에서 1000원어치 떡볶이를 사먹는게 일상이였다. "아, 오늘은 좀 더 맵다." 하고 얘기하는게, 그게 내 유일한 행복이였다.

ㅤ두번째, 떡볶이를 먹으며 걷는다. 일회용 떡볶이 그릇의 밑이 보이기 시작하면 학원에 도착해있는다. 그럼 우리는 또 서로 옆자리에 앉아 약 2시간 가량 수업을 듣는다. 말만 수업을 듣는다는거지, 보통 쪽지를 주고 받거나 서로 킥킥거리는게 1시간 30분이다.

ㅤ세번째, 학원이 끝나면 하원도 같이 한다. 늘 너는 오른쪽, 나는 왼쪽에 서서 서로 수다를 떨며 집을 향해 걸어간다. 나는 331동, 너는 332동. 우리는 집도 가까웠기에 늘 번갈아가며 서로의 집에 데려다주곤 했다. 생각해보면 너가 날 더 많이 데려다줬던 것 같기도 하다.

ㅤ하루만 봐도 나는 대부분을 너와 함께 했다. 그런데 그런 너가 사라졌다. 함께 웃을 사람이, 떡볶이를 먹으며 얘기할 사람이, 학원에서 몰래 쪽지로 이야기할 사람이 사라졌단거다. 내 삶의,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공백이 생겨버렸다.


ㅤ정신을 차려보니 난 정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는 내 눈에만 보이는 너에게 모든 얘기를 털어두고 있었다.

ㅤ아아, 하늘아. 나 어떡해? 너 없이 어떻게 살아? 나, 그냥 너 따라갈까? 응? 근데 그럼 분명 착한 너는 안된다며 화를 내겠지. 네가 뭔데 여길 오냐며 일부러 못된 소리를 하며 내 마음을 꺾으려 할거야. 난 그럼 너의 부분들이 모두 좋았다. 너의 모든게 좋았다.

ㅤ하늘아, 보고싶어ㅡ


ㅤ그렇게, 하늘이를 본 뒤로 나는 쓰러지듯 잠을 잔 것 같았다. 하기야, 자지 않은지 며칠 된 것 같았지. 아마... 하늘이를 봐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져서, 그래서 잠들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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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계

66 그 무엇보다도 큰 공백이 생겨버렸다.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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