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빵빵 채운 개구리몬의 입이 열렸다. 빨간 불꽃의 열기가 모든 것을 녹일 듯 강렬했다.
불꽃이 일렁거리며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죽음을 예감한 사람들이 미련을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 세상에 전례 없던 노란 모래 즉, 마나는 이미 이곳저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마나를 느끼고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난 개구리몬의 불꽃을 본 순간 직감했다.
‘저 녀석,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빨간 불꽃의 사이사이로 흩어진 마나들이 보인다. 불꽃에 내제된 마나의 양은 놀라울 정도로 적었다.
실제로 마나를 체내에 축적하고 나서는 괴물의 불꽃이 뜨겁다는 감각조차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길 수 있나?’
집중해서 마나를 불어넣으니 두 손끝에 마나가 맺혔다. 그 마나는 내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더 힘을 넣고 두 손을 세게 쥐니 응축된 마나가 고체로 굳어졌다. 그 고체는 제자리에서 진동했다.
괴물은 아직도 사람을 먹고 있었다. 시간이 지체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잡아먹힐 것이다. 어떤 사람이 죽든, 몇 명이 죽든 내 안중에는 없었지만, 이 근처에는 내 유일한 친구가 살고 있었다. 그 애가 위험해지는 건 싫다.
그것이 다시 불꽃을 뿜었다.
‘나도 마나를 불꽃으로 바꿀 수 있을까?’
게임 속에서라면 몇 번 본 적이 있다. 내 캐릭터들이 마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불꽃을 만들고 물기둥을 세우는 그 장면이 아직 머릿속에 생생했다.
난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내가 키운 대부분의 캐릭터를 기억하고, 그들이 무슨 능력을 사용했는지, 내가 그들을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지도 아주 정확히 기억한다.
수많은 게임 속에서 내가 키운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강해지는 것은 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내 인생이 게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인생보다 더 소중하게 꾸민 것이 게임 캐릭터들의 인생이었다는 것도.
갑자기 왜 프레이야가 떠오르는 건지는 모르겠다.
날 프로게임 판에 데려다준 일등 공신이자, 내 앞에 선 저 개구리몬보다 훨씬 더 강력한 불꽃을 사용했던 나의 주력 캐릭터.
눈앞에 불투명한 푸른 창 같은 것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축하합니다. 각성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래, 이제 더는 무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은 양산형 판타지 웹소설에서만 나오는 전개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 둘 중 하난 분명했다. 내가 미쳤거나, 이 세상이 나 대신 미쳤거나.
[게임 캐릭터와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내 모든 힘을 다해 저 괴물을 쓰러트리겠다.
눈앞에 뜬 시스템 창들을 옆으로 치웠다. 그것은 휴대전화에 알람을 띄우듯 쉬지 않고 무언가를 뱉어내고 있었다.
[캐릭터, ‘프레이야’의 능력을 빌려옵니다.]
[멸화(滅火)(SS)를 빌려옵니다.]
[사용자의 격이 낮습니다!]
[멸화(滅火)(SS)가 멸화(滅火)(F+)로 하향 조정됩니다.]
그러자 갑자기 사용하는 마나에 불길이 치솟았다. 몸속을 휘젓는 마나가 팽창하며 강한 열기를 뿜었다.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방금 받은 멸화의 능력인 덕분인 듯했다.
멸화(滅火). 내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게임 안에서 1티어 급으로 좋았던 원거리 딜러 캐릭터의 메인 스킬. 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인 능력으로 통용되는 스킬이었다.
화르르르륵!
개구리몬이 입을 벌려 불꽃을 뱉었다. 화염이 빠른 속도로 난사됐다.
【그르르르락!!!】
개구리몬이 불꽃을 내뿜기 위해 벌린 입안으로 목구멍이 보였다. 목구멍을 마나의 통로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나를 내보내는 곳에서 되려 마나를 들여보내면 어떻게 될까.
난 손끝에 마나를 담았다. 그렇게 개구리몬의 목구멍을 조준했다. 손끝에서 모든 것을 멸하는 불꽃의 어둠이 느껴졌다.
게임 속에서는 멸화의 등급 표기가 없었다. SS등급이 얼마나 강력하고 F+등급이 그에 비해 얼마나 약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리 등급이 낮아졌다고 해도, 저 개구리몬의 불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마나를 지녔다는 것 자체로도 인간을 뛰어넘은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저 개구리몬도 미약한 불꽃 가지고는 더위도 느끼지 않겠지.
손가락에 더, 더 많은 마력을 불어넣었다.
계속, 더.
손가락에 마나가 몰려 폭발할 것처럼 팽창했다.
한껏 뭉쳐진 마나가 그만하라며 비명을 질렀다.
멈추지 말고, 더.
고작 이 정도 가지곤 저 덩치를 죽일 수 없어.
몸에 열이 올랐다. 알 수 없는 호승심이 피어올랐다.
고체로 응축된 마나가 형태를 변형하지 않았음에도 불처럼 뜨거운 열기를 품었다. 난 천천히 온도를 높였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마나는 그 기운을 모두 품었다.
그제야 날 알아챈 듯 개구리몬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내게 불꽃을 뿜었다.
내 옆 사람들이 모조리 불타나갔다.
조금, 뜨거웠다.
난 마나를 더 뭉쳤다.
체내에 쌓인 마나를 모조리 손끝에 모으고 나서야.
불꽃이 피었다.
손가락에 작은 화상을 남긴 불길이 뜨거운 자취를 남기며 세상을 불태울 것처럼 날아갔다.
【허윽, 허으윽······!】
불꽃이 개구리몬의 목젖에 닿았다. 개구리몬이 펄쩍 뛰었다. 그 바람에 침이 우박처럼 튀겼다.
불꽃은 정확히 개구리몬의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그 작은 불꽃이 화려하게 빛나며 제 존재감을 뿜었다.
개구리몬은 토마토가 된 것처럼 온몸이 붉어졌다. 지금쯤 식도부터 천천히 장기가 녹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불꽃이 곧 온몸 구석구석으로 덮치겠지. 존재했던 것도 모르게 목구멍부터 서서히 타들어 가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이 살갗으로 느껴질 테였다.
그제야 내가 이겼다는 확신이 들었다.
곧 죽을 괴물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게임 속에서 겪은 싸움은 조금 더 화려하고 저돌적이었는데. 현실은 더럽고 찝찝하고 지루할 뿐이었다. 더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마나가 빠져나간 탓인지 현기증이 일었다. 난 바닥에 주저앉았다.
불탄 시체들이 즐비했다.
그 모습을 훑어보다 바닥에 드러누웠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개구리몬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끝인가.
얼굴을 닦았다. 땀과 핏자국이 낭자했다.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류: 인간 (E-1-10)]
[소속: 지구 - 대한민국]
[판별식이 시작됩니다!]
[판별식이 끝나기까지: 3291···(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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