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4 20:51•조회 23•댓글 0•퇴사
나는 봄이 오는 걸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 날 나뭇가지에 새잎이 난 걸 보고서야 겨울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바람도 전보다 덜 차가웠다.

너를 좋아하게 된 것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그냥 네가 있는 날이 좋았다. 네가 웃는 걸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오늘 네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다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네가 하는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나, 바람이 불 때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모습 같은 것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네가 하루에 한 번쯤은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벚꽃이 지고 날씨가 더워진 뒤에도 그건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때 알았다.

나는 봄이 좋아서 네가 좋았던 게 아니라, 네가 있어서 그때의 봄이 좋았던 것 같다고.

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아마 나는 그때부터 너를 좋아했던 것 같다.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