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7 20:43•조회 39•댓글 4•해솔
밤이 깊을수록 나는 나를 더 숨기게 된다
불빛 아래 서면 모든 게 들킬 것 같아서
늘 그림자 속에서만 숨을 쉬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는 왜 항상 웃는 얼굴로만 있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웃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거울 속의 나는 낯설었다
세상에 보여주는 ‘나’는 반듯하고 밝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
진심을 꺼내 보일 용기가 없어서
결국 그 빈자리를 미소로 메웠다.
그러던 어느 날 너를 만났다
너는 나를 보며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 눈빛 속엔 따뜻함이 있었다
그게 너무 두려웠다.
왜냐하면
너는 내 가면을 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한 발 물러섰다.
네가 다가올 때마다
내 마음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너의 손끝이 내 마음에 닿을까 봐
그게 너무 아팠다.
말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나도 너를 좋아했어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말은 수백 번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입술에 닿는 순간마다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진심의 목을 조용히 죄어왔다.
결국 너는 떠났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붙잡을 수도 미소를 거둘 수도 없었다.
너의 뒷모습이 작아질수록
내 마음의 벽은 더 높아졌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 없는 하루가 쌓일수록
나는 오히려 내 안의 진심을 더 선명하게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전하지 못한 진심을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나는 사실 너에게 웃어주고 싶었던 게 아니라
너의 눈빛 속에 있는 나를 믿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