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 斷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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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3 15:16조회 60댓글 1그저 익명일 뿐인걸.
나는 무엇으로 인해 고로 존재할까. 아니, 내 존재성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평생 들어보지도 못할 비난과 조롱은 다 들어봤지만 이것만큼은 불쾌하다. 싫다. 뿌리채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얼굴에 먹을 붓는 일이 되겠지. 나도 내가 싫다. 고작 그딴 거 하나 못 해내면서 나 자신을, 이 세상을 경멸하는 거. 하지만 그래봤자 내게 돌아오는 것은 부정적인 구성의 말들밖에 없다.

그냥 이 세상과 단절하고 확 죽어버릴까? ··· 그렇게 생각은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나를 죽고 싶게 만든 그들이, 이제야 내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니까. 이건 구원이 아니라 어쩌면 고문이 아닐까 싶다.

위로와 조언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진리를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걸까? 겉면은 아무리 따스해보여도 뒷면은 나를 달아나지 못하게 붙잡는 사슬이라는 걸, 나 빼고 아무도 모르는 걸까?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둬, 날 절벽으로 몰아가놓고 뒤늦게 내 손목을 낚아채진 말아줘. 제발 좀··· 내가 잔잔한 최후를 맞게 해줘. 천천히, 아주 천천히··· 티 안 나게 가라앉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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