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연필》/ TMI 들고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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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16:53조회 32댓글 1EIEI 🫶
그녀는 병원 옥상에서 햇살을 빌려 쓰듯 하루를 적었다.
달력엔 남은 날짜가 손가락 두어 개로 셀 만큼밖에 없었고,
의사는 조심스레 말을 아꼈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세요?”
간호사가 물었다.

“내가 슬퍼하면, 내 시간이 울잖아요.”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이름은 소윤이었다.
이십구 살의 봄,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사월이었다.

매일 아침, 소윤은 하얀 원고지를 꺼내 시를 썼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견디는 중이었다.

첫째 날의 시
— 꽃이 핀다. 나도 피고 있다.

다섯째 날의 시
— 세상이 이렇게 조용한 건, 내가 귀를 열어서일까.

열세째 날의 시
— 너를 좋아해서, 조금은 살아 있었다.

그녀는 정원을 자주 거닐었다.
하얀 벤치에 앉아 있으면, 어느 날부터인가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무슨 글을 쓰세요?”

“시요. 죽기 전에 남길 이야기.”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말했다.
“그럼, 내가 살아서 읽어드릴게요.”

그의 이름은 준호였다.
가끔 커피를 들고 나타났고, 가끔 우산을 들고 왔다.
비 오는 날이면, 그녀는 꼭 마지막처럼 걷고는 했다.

“슬프지 않아요?”
어느 날 그녀가 물었다.

“슬픈데… 당신이 사는 법을 보니, 나도 괜찮아지고 있어요.”

그날 밤, 소윤은 시를 한 편 더 썼다.

열아홉째 날의 시
— 살아 있는 건, 누군가에게 살아진다는 것.

마지막 주, 그녀는 병실 안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숨이 짧아졌고, 손끝이 자주 떨렸다.
준호는 조용히 그녀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었다.
그녀의 시를.

그리고 사월 마지막 날, 그녀는 조용히 잠들었다.
창밖엔 봄비가 내렸고, 흙은 젖었고, 꽃은 조용히 졌다.

그로부터 1년 뒤, 준호는 시집을 한 권 냈다.
제목은 《사월의 연필》.
표지엔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_ “그녀는 시가 되었고, 나는 그 시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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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TMI 시간..🫥
•닉네임: EIEI
•연령대: 비공개 (단, 17세에서 19세 사이로 유추 가능)
•흥미 분야: 서사 창작 및 탐구 기반 과제 수행에 대한 높은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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