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뒤에 숨긴 감정들은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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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1 19:54조회 30댓글 2ne0n.
'웃는 얼굴 뒤에 숨긴 감정들은 눈빛에 번졌다.'



그녀는 늘 웃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고, 웃는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표정이 늘 습관처럼 굳어있는 걸 사람들은 몰랐다.

아니, 알더라도 모르는 척했다. 웃음은 무해하고, 남을 기분 좋게 해줬으며, 무심한 사람들에게는 편안했으니까.

오늘도 그녀는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햇살이 스치는 카페 창가, 커피잔을 감싸 쥔 손끝, 그리고 입가의 미소.
평소의 그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을 보고 있었다.
웃는 얼굴 뒤, 깊은 곳에서 무언가 번지고 있었다.
맑은 물속에 떨어진 잉크처럼, 서서히 스며들며 결국 모두 퍼져버리는 감정.

"괜찮아?"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고, 눈동자가 나를 비췄다.
그 안에서 묻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부딪혔다가 가라앉는 듯 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침묵 뒤에 그녀는 답했다.

"응, 왜?"
익숙하게, 아무렇지 않게.

나는 웃지 못했다.
그녀의 웃음이 너무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조금만 더 건드리면, 그 번짐이 눈빛에서 흘러내려버릴 것 같았다.

밖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커튼을 스치고, 테이블 위로 다다른 빛이 부서졌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 속 번짐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게 슬픔인지, 분노인지, 허무함인지, 아니면 모든 감정의 섞임인지 끝내 알 수 없었다.



@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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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사태에요 아이디어가 고⭐갈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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