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19:55•조회 43•댓글 4•depr3ssed
어릴 적 상상하던 꿈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뭔 집행유예도 아니고 갑자기 식품 취급이냐—꿈을 꾸는 것이 달콤한 마지막 데드라인, 그러니까 대충 17살 즈음에 끝나는—그런 걸 얘기하는 거다.
꿈을 꾸면 달콤했으나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빵에는 곰팡이가 피듯, 유통기한이 지난 꿈에는 쓰디쓴 맛이 꿈 안에 차오른다. 꿈을 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버리기 전의 마지막 순간, 크게 부풀린 꿈이라는 제품명의 비눗방울은 무지개색 방울 터뜨리며 이별의 쓴맛이 나는 화학액체를 전신에 흩뿌리곤 사라진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사람들은 평생, 유통기한이 지난 꿈의 맛을 곱씹으며 몽환이나 몽상夢想, 역몽逆夢같은 단어를 만들어냈다. 꿈은 전부 허황된 것이라며 유통기한이 지난 꿈을 세상에 전시해 내보인다. 그러곤 끝나지 않는 전시회로 아직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꿈마저 썩게 만드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로 그들의 꿈이 상해버린 것을 합리화한다.
꿈은 허황된 게 아닌데, 그냥 전부 이룰 수 있었지만 유통기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냉장고에 넣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썩도록 내버려둔 것 아닌가. 으레 어른들이 그리하였듯 그 다음 세대도, 그 다음 세대도 유통기한이 있다며 그냥 꿈을 방치해버린다.
꿈에 유통기한 따위 존재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언제나 바보같이 그런 말을 믿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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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거에 추가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