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양아치나 일진 같은 것들에 맛이 들려 담배도 몇 번 피우고 친구들 사이에 여자친구도 돌려가며 사귀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삼학년 때 내 내신 성적은 전교 꼴등을 하니 마니 할 정도였고, 지금부터 공부해도 집 근처 학교는 꿈도 못 꿀 거라는 담임의 말이 고별사처럼 느껴졌다. 우리 학교가 비평준화라는 걸 그 상담할 때 처음 알았다. 씨발. 같이 다니던 애들도 성적은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몰래 집에서 공부라도 한 건지 죄다 나보다는 점수가 높았다. 솔직히 내가 얘보단 낫지 싶던 애들도 꽤 치더라.
그래서. 결국.
고등학교 일학년이 된 지금. 정확히 삼월 이일.
난 좆빠지게 뛰어서 겨우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했다.
내 성적으로 유일하게 갈 수 있었던 학교는 한 몇 백년쯤 삭은 것 같아 보이는 노란 학교였다. 심지어 여자도 없었다. 전교생 칠백 명 전원 남자인 남자고등학교가 말이 되냐. 숨 몰아쉬며 쾅 소리나게 앞문을 열었을 때 내가 느낀 건. 첫째, 나이스, 아직 담임은 안 왔고. 둘째, 와, 반 냄새 좆된다.
그리고 마지막, 씨발, 쟤 얼굴 뭐냐?
연예인 뺨치게 생긴 껄렁이가 맨뒷자리에 앉아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린 채 뿅뿅거리며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난 나도 모르게 멍하니 신이 한땀한땀 빚은 것 같은 완벽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솔직히 나도 한 얼굴 한다고 자부해왔는데 모든 외적 기준이 망가지는 기분이었다. 말도 안 되잖아, 이건.
이상하게 심장도 뛰는 기분이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게 요즘 여자를 못 봐서 그런 건가. 아니면 그냥 너무 아름다운 걸 봐서 뛰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생명 시간에 배우는 병 같은 거.
그 애를 좀 오래 본다 싶자 걔 옆에 앉은 양아치들이 날 흘겨보기 시작했다. 그 양아치들은 중학교때 봤던 고딩 선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험악해 보였다. 마동석처럼 생겨서 얼굴에 자상이 있는 애도 있다. 하나같이 고1보다는 조폭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얼굴들이었다. 이런 거에 쫄 서한결이 아니지만 난 슬그머니 눈을 깔았다. 역시 양아치 학교는 달라도 뭔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칠판을 보니 번호 순 배치였다. 난 손가락으로 자리를 짚어가며 시옷 자를 찾았다. 서한결, 서한결······ 젠장. 하필이면 맨 앞 중앙 자리였다. 있는 힘껏 표정을 구기고 뒤를 돌았는데 내 자리엔 이미 오타쿠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성실하게 이어폰까지 끼고 휴대폰으로 애니메이션을 시청 중인 듯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냥 빈 자리 아무 곳이나 가서 앉았다.
······사실 걔 앞자리에 가서 앉긴 했다.
옆자리는 전부 차서 앉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어있었으면 앉았을 거란 뜻은 아니고.
심장은 아직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쯤 얼굴도 빨갛겠지. 처음부터 눈이나 깔고 겁먹은 척 얼굴이나 붉히면 찐따 취급 받는 거 아니야? 어떻게든 잘 나가는 애들 라인에 붙어야 했다. 그리고 난 걔랑 친해진다면 학교생활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유이담. 그래, 유이담. 자리에 앉는 척 몰래 명찰을 봤다. 이름도 여자애처럼 예뻤다. 반은 새학기라 그런지 조용했고 가끔씩 뿅뿅 하는 소리가 났다.
- 아 씨 또 죽었어.
게임 캐릭터 죽는 소리가 나고 이어 뒤에서 뭔가 큰 충격이 느껴졌다. 커다란 뭔가가 우당탕 쏟아지면서 의자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확 쏠렸다. 난, 컥, 하고 그대로 넘어질 뻔한 것을 겨우 버텨냈다.
- 넌 뭐야?
유이담이 지나칠 정도로 싸늘하게 말했다. 뒤를 돌아보니 발로 찼던 건지 유이담의 책상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고, 유이담은 그대로 자리에 일어서서, 내 머리채를 잡더니.
- 내 취향인데?
유이담의 첫인상은, 딱 이랬다.
- 취, 취향? 뭔 개소리야, 씨발!
서툰 사랑 /1
이름 추천해준 익들 고마워
근데 제갈은 진짜아닌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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