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지붕 먼지털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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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18:00조회 29댓글 0다예
마을 가장자리에 낡은 지붕의 먼지 털이꾼이 있었다. 그는 집을 수리하지 않는 대신, 모든 이의 마음속 낡은 지붕 위를 걸어 다녔다.

마음의 지붕에는 수많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후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쓸쓸함, 그리고 잊고 싶었지만 잊히지 않은 그늘들이었다.

먼지 털이꾼이 지붕에 앉아 숨을 고르면, 그 무게에 눌려 먼지가 아래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것은 털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지붕 위에 쌓인 슬픔의 무게를 인정하고, 스스로 가라앉게 하는 일이었다.

먼지가 가라앉자, 지붕에 가려져 있던 작은 유리창이 드러났다. 그 창문은 어릴 적 반짝였던 가장 순수한 기억이 갇혀 있던 곳이었다. 그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그는 아침 해가 뜨기 전, 눈이 녹듯 조용히 사라졌다.

이제 사람들의 머리 위로 작고 선명한 빛이 떨어졌다. 그 빛은 무거운 짐을 진 채 혼자서만 알았던 긴 밤의 외로움을 대신 덮어주었다.

고요함이 남긴 가장 따뜻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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