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시간이 멈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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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4 11:30조회 29댓글 1리미
<1화 — 시간이 멈춘 순간>

교실 시계 초침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틱.
틱.
틱.

지윤은 펜을 돌리다가 멈췄다.

오늘 말해야 했다.

앞자리, 두 칸 앞.
도윤.

그 애의 뒷모습은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보일까.

“야.”
수아가 옆에서 속삭였다.
“오늘 진짜 하는 거지?”

“…몰라.”
“또 도망치려고?”

지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오늘 아니면, 영영 못 한다는 거.

그때—

딱.

펜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윤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했다.

선생님이 멈춰 있었다.
칠판 위 분필 가루도 공중에 떠 있었다.

창밖의 나무도, 흔들리다 말고 그대로.

“…뭐야 이거.”

의자가 밀리는 소리.

지윤은 고개를 돌렸다.

도윤이 일어나 있었다.

“…너도 움직여?”

도윤은 잠깐 놀란 얼굴로 지윤을 보다가,
천천히 웃었다.

“드디어 찾았네.”

“…뭐?”
“나 말고, 시간 안 멈추는 사람.”

지윤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이거… 너 때문이야?”
“아니. 나도 이유 몰라.”

도윤은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말했다.

“근데 항상 이래.”

“항상?”
“중요한 순간에만 멈춰.”

지윤의 손이 살짝 떨렸다.

중요한 순간.

오늘은—
고백하려던 날이었다.

“…그럼 지금도?”
“응.”

둘 사이에 조용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지윤은 숨을 삼켰다.

지금 말하면—

아무도 못 듣는다.

도망칠 수도 없다.

“…나 할 말 있어.”

도윤이 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지윤은 도망치지 않았다.

“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나 너 좋아해.”

말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말이
가장 조용한 순간에 떨어졌다.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거 타이밍 진짜 이상하지.”
“아니.”

도윤이 천천히 다가왔다.

“오히려 좋아.”

“…뭐?”
“이 시간, 길잖아.”

지윤의 눈이 흔들렸다.

도윤이 말했다.

“나도 할 말 있거든.”

그리고—

그 순간.

딱.

세상이 다시 움직였다.

“—그래서 숙제는 내일까지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윤은 굳어버렸다.

…대답을 못 들었다.

앞자리, 두 칸 앞.

도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윤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뭐야 이거.”

방금 그 순간—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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