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6 08:02•조회 11•댓글 0•하루
밤 9시, 수학학원에서 나와 미술학원으로 향하는 길, 나는 또다시 지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지만, 내 삶은 왜 이렇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질까? 학원에서 학원으로, 집에 가는 시간이 9시를 넘어가도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은 쌓여만 갔다. 내일 또 무슨 시험이 있을지, 또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채, 나는 매일같이 그저 휩쓸려 가는 기분이었다.
미술학원에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그려진 그림들과 복잡한 이론들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왜 나는 이런 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거지?" 나는 한숨을 쉬며 손에 든 연필을 쥐었다. 선생님은 내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조금씩 실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내가 왜 이리 못하는 걸까?' 하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 길, 내가 지나온 학원들의 거리마다 모두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들만 남아있었다. 내가 피아노를 칠 때마다, 언제나 들려오는 선생님의 지적들. "왜 이렇게 자주 틀리는 거야?"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지." 그런 말들이 내 귀에 박히고, 나는 점점 더 내 자신이 못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다시 건반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손끝이 떨려서 제대로 연주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문을 닫고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만큼의 에너지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올 거라는 생각에 무기력해졌다. 이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 반복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고, 학교를 가고, 학원에 가고, 다시 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내일을 맞이해야 했다.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다시 한 번 그 질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흐린 하늘은 나의 마음을 비추지 않았다. 모든 게 이렇게 반복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나답게 사는 거였을 텐데.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끝내며,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