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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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7 08:20•조회 39•댓글 1•여우비
주변이 온통 어두웠다. 아니, 검었다. 온 세상이 검은색으로 뒤덮인 것 같았다. 그 가운데에 네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놀라서 너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너를 꼭 껴안았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가 너무 차가웠다. 고개를 들어 너를 응시했다.

—무슨 일이야?

—네가 뭘 알아.

—뭐?

—보기 싫으니까 꺼져. 넌 절대 날 이해 못해.

그 말을 끝으로 넌 안개처럼 사라졌다. 네가 남긴 하얀 연기와 잔향이 피어 올랐다. 나는 팔을 펼쳤다.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했다. 네가 그렇게 까칠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널 되찾을 수 있지? 어떻게 해야 널 마주칠 수 있어? 내가 뭘 더 해야 해? 왜? 왜 가버린 거야?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물음표가 떠올랐다. 순간 생각이 뚝 끊겼다.

“허억.”

숨을 몰아 쉬었다. 내 방이었다. 내 방, 내 침대 위, 시간은 새벽 세 시 쯤이었다. 깜깜한 방 안에 네게 선물로 받은 구름 모양 무드등만이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불을 켰다. 무서웠다. 어둠이 너무 무서웠다. 또 다시 사라져 버릴까 봐. 내가 널 어떻게 되찾았는데. 그 짓거리를 또 하라고?

“아들, 깼어?”

문이 살며시 열리고 엄마가 비몽사몽한 채로 말을 걸어 왔다. 주르륵. 그 순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손으로 문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잠이 덜 깬 엄마는 눈을 비비곤 날 보더니 놀라서 방 안으로 들어 왔다.

“악몽 꿨어? 왜 울고 그래.”

엄마가 날 꼭 끌어 안았다. 마치 내가 널 달래던 것처럼 등을 토닥거렸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엄ㅁ의 등을 두 팔로 감쌌다. 엄마도 훨씬 키가 자란 나는 엄마의 뒤편을 조용히 응시했다.

“아빠가, 생각나서.”

“……”

내 말에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 이렇게 허무한 이유는 아빠였다. 아빠를 잃는 것이나 널 잃는 것이나 비슷할 테니까. 적어도 나한테는. 방금 전이 꿈인지 현실인지 망상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신은 지독하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서 아버지를 앗아 가더니 이젠 14년지기 친구까지 데려 가려고 한다. 왜 하필, 왜 하필 그 사이에 내가 있을까.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눈물은 흐르고 흘러 엄마의 어깨를 적셨다.

“엄마 나 무서워.”

“……”

“너무 무서워. 바다도 죽어버리면 나한텐 엄마 밖에 안 남잖아.”

“바다는 강해. 그 애는 아주 강해서 죽지 않아.”

엄마는 아직 잠겼지만 분명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죽는다. 어떤 의미에서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게 먼 훗날이 될 수도, 바로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오늘따라 그 사실이 참 두려웠다. 난 너도 엄마도 잃고 싶지 않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네가 정말 강해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아주 만약에 네가 죽고 엄마까지 죽어버리면 내게는 무엇이 남지?


*


아침으로 먹은 걸 전부 토해냈다. 변기를 부여잡고 숨을 몰아 쉬었다. 학교엔 가지 않았다. 엄마는 일이 있어 나를 간호하지 못 했다. 이불을 목 아래까지 올려 덮고 잠을 청했다. 불을 끄고 안대를 썼는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꿈이 떠올랐다. 벌떡 일어나 불을 켰다. 환해진 방 안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네게서 문자가 몇 통 와 있었다.

—아프냐?

—끝나고 갈까?

나는 거절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너에게 또 이런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다. 창 밖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올해 처음 보는 봄비였다. 고민하다가 창문을 살짝 열었다. 후두둑 비가 방 안으로 들이 닥쳤다. 빗소리를 들으며 밀린 숙제를 했다. 아무도 없는 집은 고요했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잠이 쏟아졌다. 책상 위에 팔을 베고 엎드렸다.

머리가 뜨거웠다. 창으로 들어온 햇살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새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맛살을 찡그리며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시간을 보니 오후 두 시였다. 아픈 와중에도 배는 고파왔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걸었다. 눈을 비비며 들어서는데 식탁 위에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엄마가 주고 간 건가 싶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노란 포스트잇.

—넌 하여튼 몸 간수를 못해. 죽이야. 먹어.

너였다. 네 필체와 네 말투. 네가 남긴 쪽지였다. 왜, 아니 어떻게? 문득 머릿속이 생각이 스쳤다. 너는 급식이 별로인 날엔 가끔 밖으로 몰래 나가 먹고 오곤 했다. 오늘도 밖에 나가 죽을 사서 집에 들렀나 보다.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까 전의 공포와 슬픔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여전히 난 네가 좋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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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업이 바빠져서 업로드하는 텀도 길어지고 내용 퀄리티도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다음화는 조금 더 신경 써서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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