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22:24•조회 49•댓글 7•청월: 靑月
밤은 깊어진다. 창밖엔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투명한 절망처럼 유리에 부딪쳐 부서진다. 희미한 달빛조차 뚫고 들어오지 못하는 방 안에 나는 홀로 앉았다. 오래된 상념의 파편들이 먼지처럼 쌓여간다. 기억 저편의 웃음소리는 이제 아련한 메아리일 뿐이다. 어제는 영원할 듯 빛났던 모든 것이, 오늘은 다만 스쳐가는 바람결에 실린 덧없는 흔적에 불과하다.
세상은 변한다. 찬란했던 계절의 빛깔은 어느새 무채색의 풍경으로 사위어간다. 열정으로 뜨겁던 마음은 차디찬 재가 되어버렸다. 이 뼈저린 감정은 감내할 수 없는 무게로 어깨를 짓누른다. 애써 외면하려 해도, 가슴 한구석을 파고드는 서글픔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거대한 심연 속으로 천천히 침잠하는 기분이다.
무엇을 향해 달려왔던가. 수없이 쌓아 올린 희망의 탑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붙잡으려 했던 손끝은 차가운 허공만을 휘저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저 씁쓸한 회한과 참담한 현실뿐이다. 생의 무상함은 이렇게 잔혹하게 모든 것을 앗아간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나는 그 강둑에 서서 흘려보낸 날들을 망연히 바라본다.
텅 빈 마음은 한없이 공허하다. 고독은 벗이 되어 나를 감싼다. 이 비참함의 무게는 영원히 각인될 듯하다. 무망한 내일조차 감히 꿈꿀 수 없는 밤. 그렇게 또 하루가 깊어간다. 쓸쓸한 풍진 속에서 홀로 남겨진 나는 그저 옅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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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김밥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