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Soyy…한요는 갑자기 아팠다. 자기 말로는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하는데 결말을 알고 있는 난 과민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한요.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요야.
- 응?
하고 부르니 그제야 대답. 반응이 삼 초씩 느려진다. 한요만 삼 초 뒤의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한요는 여전히 날 보고 웃는다. 잘 걸어다닌다. 열이 조금 나고 기침이 가라앉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꽤 건강한 것처럼 보였다.
- 많이 아파 보이는데. 내가 약 챙겨 올게. 벙커 보건실에 해열제도 있어?
- 담아, 너무 과민반응하지 마! 나도 움직일 수 있단 말이야.
한요가 으쓱이며 소매를 걷어올렸다. 개미만큼 얇은 팔뚝에 그것도 근육이라도 뭐가 박혀있긴 하다. 아이고 그래 그래. 강하네 우리 한요. 그러자 한요가 비뚜름한 표정을 짓는다.
- 앞장선다 내가!
한요는 또 제멋대로 어디론가 튀기 시작한다.
- 몸 조심해 한요!
- 내가 어린애냐?
- 키는 조만한데?
- 야!
한요가 날 때리려는 손을 맞잡았다. 나도 모르게 깍지까지 껴 버려서 화들짝 놀라 뒤로 빼려는데 한요가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세게 맞잡아 버리는 것이었다. 담아. 한요가 손에 준 힘을 풀지 않은 채 장난스레 얼굴을 들이밀었다.
- 담아아.
잔뜩 얼어서 굳어 있는 채 어, 하고 대답하니 한요는.
- 나 감기 옮아도 돼?
라고 말했다.
이상하다. 한요는 조막만한데 왜 이렇게 커 보이지.
감기는 되게 아파 보였는데, 감기란 거 옮기면 되게 아플 텐데, 게다가 한요는 십 일 뒤면 죽어 있을 텐데. 이러면 안 되는데. 우주 연방에서도 등장인물이랑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당부했었다. 상사 역시 선 넘는 즉시 A등급 행성으로 좌천당한다고 그랬는데 왜.
- 응.
난 끄덕였다. 한요가 웃었다.
한요의 입술은 따뜻했다. 사람 것 같지 않았다. 체온이 높아서 그런지 닿는 족족 뜨거웠다. 한요야. 뜨거워. 네 몸이 뜨거워. 혀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혀는 고양이처럼 오돌토돌했다. 고양이 발바닥 냄새를 맡게 해준다고 했었잖아. 미안해. 한요. 고양이는 한참 전에 죽었어. 다 죽었어. 한 마리도 안 남았어.
한요야. 이제 인간도 이 온 우주에 너 하나 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죽지 마.
손을 잡았는데 뜨거웠다.
그래서 평생 식지 않을 것 같았다.
한요를 더 세게 안았다. 이름을 계속 불렀다. 한요야. 한요. 깍지를 끼고 입술을 부볐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는 것처럼 세게 안았다. 갈비뼈가 부숴지도록 안았다. 한요는 앓는 소리를 냈다. 한요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 담! 나 환자야!
그제야 정신 차리고 한요를 침대에 눕혔다. 얼굴이 빨갛길래 체온을 재 봤는데 방금 전보다 0.5도나 더 올라가 있었다. 난 서울러 혼자 보건실로 달려갔다. 감기약이나 해열제 비슷한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없으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찾는 데만 이십 분 넘게 고생해야 했다. 약 먹은 한요는 잠시나마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다.
그런데, 감기라고 그랬으면서.
한요는 낫지 않고 더 아파지기만 했고.
지독하게 한요를 핥았던 나는 감기 따위 걸리지 않았다.
한요는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