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새파란 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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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22:41조회 13댓글 0파락
푸른 하늘이 내뿜는 밝은 빛이 괴롭다며 네 방의 커튼은 하루 종일 걷히지 않았다. 너는 병에 걸려 있었다. 여름의 눈부신 태양을, 물방울을 머금은 공기를, 뜨거워진 바닥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그것들을 마주치면 미쳐버리는 병.

메론소다의 차갑고 투명한 유리잔, 그 속에 녹아 섞여가는 것은 내 모습이었다. 뜨거운 여름날의 햇살과 만개한 해바라기의 곁에서 아파할 겨를조차 없이 짓눌려지곤… 욕심도 많고 꿈도 많던 어린 나에게 가여움을 느꼈다. 하늘에서 날 반겨줄 사람이 있을까. 미치도록 푸르른 청춘의 아래에서 죽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네 눈물에 익사했다.

너는 가끔 내 꿈을 꾸었다.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는 나의 발목을 휘감고 잠든 네게로 강하게 이끌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깨달았다, 나는 너에게 더는 웃음을 줄 수 없는 존재로 굳어졌다는 걸. 한순간에 악몽이 되어버린 신세는 비참했다.

분명 들었단 말이야, 네가 날 찾던 그 울부짖는 소리를. 흰 국화가 허공에서 일렁이는 핏빛 여름에서 나는 선명히 들었는데. 대체 왜 나는 네게서 영원히 친구로 남을 수 없었던 거야.

문과 벽에 걸린 여러 개의 드림캐처. 엉망인 책상 위에는 빈 카페인 음료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지금 나의 눈에 담긴 것들이 나의 귀에 작게, 그러나 선명하게 속삭였다. 그들은 날 쫓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 말들이 그리 역겹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하지만, 맺힌 눈물은 언제쯤 증발할까.


내가 죽었던 날처럼 뜨겁고 축축했다. 그 공기를 마신 탓인지 이불도 젖어버렸다. 네 눈에 맺힌 눈물을 닦던 나의 손은 오늘도 강하게 밀쳐졌고, 우리는 몇 번이고 지치도록 울었다. 가슴을 찌르는 바늘의 감촉이 뚜렷했으나, 서로를 느끼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 순간이 잔인하도록 아름다워서 정말 좋아한다.

저 드림캐처에 엮인 실에 내가 목을 매 사라진다면, 아래에서 살랑이는 깃털들을 등에 달고 날아간다면, 너는 그제야 다정한 밤의 열대야에 누워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사라져, 사라져, 사라져… 들을 수 있는 답은 그뿐이었다. 꿈을 지키는 사자에게 잡아먹히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두려워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너는 아침이 되어 겨우 트인 숨으로 가득 들어오는 내 잔향이 싫었다. 그대로 숨을 참았다. 더 이상 삼켜지지 못한 역겨운 공기는 방에 갇혀 영원히 떠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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