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문 너머, 바람은 부서진 빛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낡은 커튼이 흔들릴 때마다 햇살은 산산이 흩어져 책상 위로 흘러내렸다.

네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하늘이 유독 예뻐 보이지 않아?”

나는 교복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쪽지를 만지작거렸다. 빼곡히 적힌 글자들 위로, 차마 쓰지 못한 말들이 그 위에 얇게 겹겹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보고 있으면 괜히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네가 말했을 때, 나는 괜히 고개를 들었다.

유리창 너머로 흘러가는 구름은 마치 시간을 품은 듯 느리게 번져 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멀리에서 가늘게 흩어졌다. 여름의 끝이 우리만 아는 언어처럼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네 옆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말을 삼킨 채 웃는 네 표정이, 언젠가는 내 기억에서 흐릿해질까 두려웠다.

투명한 푸름 속에서 새의 날갯짓이 눈부시게 번졌다. 그 모든 풍경이 네 목소리에 스며드는 듯 했다.

시간은 잠시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계절의 끝은 아직 닿지 않은 곳에서 숨을 고르듯 머물러 있었다.

언젠가 이 기억은 낡은 필름처럼 빛을 바래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말로 닿지 못한 마음은 바람 속에 숨어, 다시는 잡히지 않을 순간처럼 영원히 머무를 거라는 것을.



——————
☪︎·̩͙ 해석본은 큐리에 올려놨습니다. | 사랑은 어려운 법

https://curious.quizby.me/AQ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