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남은 우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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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21:26조회 39댓글 0백청춘
한 여름 오후, 땀이 다 마르지도 않은 채 버스에 올랐고, 땀이 적신 셔츠는 좁은 창가 사이로 새어나오던 바람과 스쳤다. 버스 창가에서 항상 보이던 익숙하던 그 얼굴과 내 얼굴과 겹쳐보였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 있었다. 마치 같은 공간인듯 아닌듯 눈이 마주칠 때면 피하곤 했기에, 투명한 막이 우릴 방해하는 것 같았다. 그 막을 뚫고 말을 건넸더라면 우리의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었다. 버스에선 항상 같은 냄새가 풍겼다. 비가 오던 날이면 눅눅한 향. 햇빛이 강한 날이면 날마다 셔츠에서 나던 땀 냄새가 풍겼다. 겨울엔 차창에 맺힌 성에와 함께 버스를 드나들던 차가운 바람이 풍겼다. 하지만 단 하나는 바뀌지 않았다.

항상 오른쪽 3번째 자리에서 앉아있던 너의 모습은 사계절내내 같은 모습이였다. 낡아 시트 안이 다 보이던 의자에 앉아있건 너의 모습. 창밖을 보는 척 너가 하던 행동들을 기억하기도 했다. 창문은 꼭 2번씩 4번 두드렸고 종점에 다다랐을 때엔 그 뒷칸으로 몸을 옮기는 것까지. 네가 하던 사소한 동작들이 눈에 밟히고 밟혔다. 그 행동들에게 이름을 붙혀줬다.

‘첫사랑’

내가 말을 걸어볼까? 내가 인사를 할까? 고민하고 고민하다 우리는 졸업을 맞이 해 버렸다. 버스는 여전히 같은 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여전히 같은 길을 달렸지만, 네가 비춰졌던 차창은 이제 빛을 잃어버렸다. 익숙하던 네 뒷모습은 단 한번에 없어졌다. 너도 어딘가에선 빛을 내며 살겠지.

아마도 청춘은 이런 것이다. 잡으려하면 흩어지고 잊으려하면 다시 되살아나는 것.

우리의 찬란했고 촌스러웠던 청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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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 백청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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