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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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1 19:57조회 52댓글 3세리아
- 사랑해요. 사랑해요.


어쩌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 세상은 이미 내가 전부였다. 사랑한다 울부짖으며 눈물 흘리는 건, 이 사랑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 스스로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변 모든 사람을 잃고 겨우 사랑한다는 사람을 찾았건만 세상은 우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 어떡해요. 자꾸 엄마 목소리가 들려.


그녀는 얼마 전부터 환청까지 듣기 시작했다.


- 약속했는데, 숨바꼭질은 우리 둘 끼리만 하는 거라고 약속했는데. 자꾸 옷장 밖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요. 내 이름을 부르고, 어디 있냐고, 거기 있냐고, 얼른 나오라고 금방 찾으러 간다고 말해요. 나가고 싶었는데, 보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눈물이 멈출 새 없이 흘렀다. 굵은 눈물 방울이 채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다시 맺혔다. 그녀는 제 얼굴을 마구잡이로 쥐어뜯었는데, 그 손에 의해 볼살이 짓눌릴 때마다 입 안에서 침인지 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묽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무래도 그녀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다 말곤 작은 손가락을 전부 입에 욱여넣었다. 찢어질 것처럼 늘어난 입꼬리는 미세하게 천장을 향했다. 그녀는 경련하며 억지로 웃고 있었다. 입 안에서 손가락이 꿈틀거리는데, 그건 마치 커다란 알 속에서 끝없이 난할하는 작은 생명처럼 끝없이, 언젠가 탄생과 끝을 향하는 벌레 한 마리의 몸짓과도 같았다. 탄생에 닿지 못한다면 결국은 터져버리고 말겠지만, 역시 작은 손가락은 제 목젖을 건드리고 결국 우웩. 먹은 것도 없어 입에선 샛노란 위액만 줄줄. 더러운 단칸방 곰팡이 향이 난다. 뱉어낸 토사물 속에 지네들이 가득, 익사하며 죽어가던 것들은 움찔거리며 양쪽으로 찢겨나간다. 그녀는 몇 개월만에 탈피한 벌레처럼 더러운 허물 한 줌 남기고 헐레벌떡 화장실로 뛰어갔다.


- 죽은 사람 생각은 그만해. 더 하면 할수록 너만 불행해진다고 말했잖아!


난 제자리에 앉아 그 허물을 향해 소리친다. 우웩 우웩 하는 소리는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억지로 모른 척 했다. 우리 사랑하잖아. 사랑이면 되잖아. 우리 사랑은 다른 거 다 이기잖아. 난 널 위해, 너도 날 위해 모든 걸 다 버렸잖아. 운명이잖아. 운명. 몇 년 만인데. 널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지고, 이렇게 서로 사랑하게 된 게 얼마나 큰 희생을 감수한 건지 넌 다 알고 있잖아! 아, 그래, 그녀의 부모는 죽었다.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말자. 너도.


- 나만 생각해줘. 남은 건 사랑 뿐인데 그것마저 불행하면 어떻게 살라고.
- ……우욱!
-우리 행복한 사랑만 하자.


탁자에 놓인 물티슈를 뽑아 흔적을 닦았다. 다 마른 물티슈에 다시 물기가 스며들었다. 위액은 점점 덩어리졌다. 탁 하고 화장실 불 꺼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비척비척 내게로 걸어온다. 그리곤 다 말라빠진 물티슈처럼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환청이 안 들려요. 아, 아,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사랑하죠? 날 사랑하는 거 맞죠? 네? 그녀를 품에 안곤 답했다. 사랑해. 내 모든 소유물 중 널 가장 사랑해. 그녀는 그제야 온전히 미소 지었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그 얼굴에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쩌면 기구한 삶마저도 사랑해서 닮아버린 건지도 모른다.


*


안녕하세요 세리아입니다
얼마 전에 이 글쓰기 사이트 찾고 둘러보는데 제가 쓰던 장편소설이랑 분위기가 되게 잘 맞아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올릴 사이트 찾고 있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글 두 편을 올렸는데 또 손이 근질거려 한편 더 올려보겠습니다
다들 정병글 좋아하시는 거 같길래 옛날에 썼던 단편소설 중간 부분을 긁어왔어요 전부 다 보여주기엔 여기 게시판 글이 전부 짧았던지라 저도 조금만 가져왔습니다
아 맞다 제가 올린 글 두 편 댓글에
눈치 없다 지금 상황에 글이 웬 말이냐 하는 댓글들이 있던데
전 이번 사건 전까지 게시판에 댓글 한번 남겨본 적 없고 글도 올려본 적 없습니다
남들이 파업한다고 저까지 파업할 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전에 글 몇 개 올렸었다면 파업에 참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글도 안 올린 게시판 작가 지망생인 주제에 파업에 참여해도 되나 싶었고 그냥 게시판에 글 좀 올려보고 싶어서 올렸을 뿐입니다
다들 부디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https://curious.quizby.me/S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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