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으로 떨어진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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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08:33조회 100댓글 6depr3ssed
- 당신 미쳤어?!! 내가 사이비라고 했지!!!
- 저 미래가 창창한 사람이…

아우성, 고함, 원망, 풍선 비비는 소리.
아—진짜 귀 아파. 그래서 무엇이 문제라는 건데?
지금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딴 게 뭐가 중요하나도 묻고 싶다. 과연 그들에게 진정한 도피처인 낙원이, 신의 구원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생각이 짧네—

그 날 코 끝을 스친 알싸한 라즈베리? 체리? 딸기향 무언가? 그런 것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모두가 나를 지옥에 떨어지라고 외친다. 왜, 너희도 그 낙원으로 보내줄까? 그러면 빨리 머리를 조아리고 빌지 그래.

다섯 문단 정도로 짧은 이 글 안에서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요하고 있는지—내 불쌍해서 신의 손 한 번 내밀어 줘 볼까 하며 먼지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아우성 치던 자들이 전부 벙어리가 되어 나를 일제히 바라본다.

자 자, 제가 그 슬픈 표정의 당신들을 구원해드리겠습니다.

뇌에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장 알맞은 손짓으로, 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나의—신의 빛으로!

플래시백이라 하던가? 아무튼 다음 순간, 나를 바라보던 슬픈 표정들이 경직된 채 바닥으로 하나둘 떨어진다.

자, 신이시여! 이제 제가 이 세상 모두를 구원했습니다—그러니.



응? 이질적인 신체의 감각, 목 사이의 모든 신경과 핏줄이 터지는 특이한 기분이 온 몸을 타고 올라온다.



아하—아직 한 명 남았던 건가요. 뭐, 그렇게 ■■에 떨어진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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