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너, 분명이라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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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3 14:35조회 99댓글 3단비
#1

-"저기...가방 좀"

누군가의 말소리에 소윤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어? 아 응"

옆자리에 앉으려고 가방을 치워달라는 말에 가방을 치운 소윤은 다시 후드티의 모자를 쓴 채 엎드렸다.

-"자, 다들 숙제 해왔지? 교재 하나씩 받아가라."

더 자려고 누운 소윤은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일어났다.
옆에 앉은 가현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
-"다음 주까지 교재 1과 다 풀어오고, 수고했다."

수업을 끝내는 선생님의 말에 강의실의 학생들은 하나 둘 일어났다. 무슨 일인지 수업시간엔 시끄럽던 아이들도 조용히 가방을 챙겨 나갈 뿐이었다.

-"야 장유하. 편의점 가실?"

대충 묶은 똥머리, 전혀 안 꾸민 듯한 후드티 차림의 소윤이 아직 가방을 챙기고 있는 유하에게 말했다.

-"니가 사면 감."

당당한 유하의 말에 소윤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빨리 와라."
•••
편의점에서 간식을 다 먹은 뒤, 유하가 편의점에서 나왔다. 뒤따라 소윤도 인사를 하며 걸어나왔다.

-"야 버스 왔다. 나 먼저 간다!"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며 유하가 말했다.
소윤은 유하에게 인사를 한 뒤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양쪽 귀를 막은 무선이어폰에서는 시끄러움을 넘어선 어지러울 수준의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귀가 아파서 노래를 들을 수가 없네."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며 무선이어폰을 귀에서 뺀 소윤은 차도의 차량들이 달리는 소리와 하하호호 웃는 아이들을 웃음소리를 노래 삼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
그렇게 소윤의 방학이 지나갔다. 전과 달라진 모습은 크지 않았지만 소윤 주변의 환경은 전부 변했다.
3년동안 너무나 익숙해진 학교가 아닌 새로운 학교가 그 중 하나였다.

-"아악! 늦었다!"

개학날 늦잠을 자버린 소윤은 고요한,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방안에서 외쳤다.
머릿속으로는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하며 급히 집을 나섰다.
얼마나 뛰었을까, 삼삼오오 모여 교문을 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소윤의 눈 앞에 펼쳐졌다.

-"휴, 살았다."

소윤은 짧은 혼잣말을 뱉은 뒤 아침 햇살을 느끼며 교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_우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사랑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미묘한 감정을 담은 장편 소설 시리즈 [ 운명이라는 너, 분명이라는 나 ] 의 첫번째 에피소드 였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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