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5 13:29•조회 39•댓글 0•Ehfkd
윤슬은 수업 종이 울리는 소리에도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었다.
칠판 앞의 글씨는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다.
차가운 물.
그리고 검은 옷의 남자.
‘…진짜 꿈이었나?’
윤슬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분명히 누군가 붙잡았던 자리였다.
아직도 미묘하게 열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야.”
옆자리에서 책상을 툭 치는 소리에 윤슬이 고개를 돌렸다.
서연이었다.
“너 아침부터 멍때리기만 해.
어제 뭐 했어?”
윤슬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야.. 믿어주라, 나 어제… 바다에 빠졌었다?”
“…뭐?”
서연의 눈썹이 위로 튀어 올랐다.
“진짜야. 다리에서 떨어졌어.
그리고—”
윤슬은 숨을 한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나, 저승사자 본 것 같아.”
교실 안의 소음이 잠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서연은 윤슬을 빤히 보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야, 야.
요즘 너 웹소설 너무 많이 본다 했어.”
“아니, 진짜라니까? 진짜 저승사자였다구! 심지어…
잘생겼어.”
”… 푸핳하하하하하하“
서연은 웃음을 터뜨리다 이젠 책상을 퍽퍽 치며 실성할 듯 웃었다.
“그럼 그 잘생긴 저승사자가 뭐,
‘넌 아직이야’ 이러면서 살려줬어?”
윤슬은 어떻게 알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서연은 잠시 말을 잃더니
의자를 끌어당겨 윤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너 혹시…
아직도 물 먹어서 정신 덜 돌아온 거 아니야?”
“서연아.”
윤슬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사람…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
서연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냥 네가 꿈에서
네 이름 들은 거겠지.”
윤슬은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 그 말이 제일 그럴듯했으니까.
그런데.
‘윤슬… 넌 아직이야.’
그 목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나, 그 사람 또 보고 싶어.”
윤슬의 혼잣말에
서연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윤슬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야.
그런 생각 하지 마, 죽겠다는 거잖아.”
“응. 안 해.”
윤슬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자신의 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싶은걸 어떻하라는건지.
윤슬은 턱을 괴고 교과서에 뭔가를 끄적였다.
“뭐그려요 우리 망상병 환자~?”
서연이 윤슬에게 기대며 그녀의 교과서를 눈으로 쓱 훑었다.
“…. 저승사자.”
윤슬은 멍하니 교과서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서연과 함께 곧잘 떠들던 그녀지만,
오늘은 그림을 그리는데만 완전히 빠져든 듯 했다.
서연은 그런 그녀를 보고 그녀의 어깨에 올린 손을 치우며
머쓱하게 머리만 긁적였다.
“아… 그래 방해 안할게~”
그렇게 윤슬은 수업 내내 그림만 그렸다. 물론 귀로는 수업을 들었고 말이다.
중간에 질문을 하면 잘만 대답하기 때문에 선생님도 혼내지를 못하셨다.
그렇게 수업이 모두 끝나고, 서연과 윤슬은 함께 하굣길에 올랐다.
학교 안을 벋어나자,
낮인데도 가을이다 보니 차가운 바람이 둘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쌀쌀한 날씨에도 윤슬과 서연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좁은 골목을 지났다.
둘은 단풍잎이 흩날리는 산책로를 지나,
가로수가 늘어진 길을 지나.
오늘 아침 윤슬의 사고가 있었던 다리에 도착했다.
“서연아, 여기라니까? 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가 바다에 빠졌었다고…응?”
다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니 다리 앞에 세워진 표지판에
어떤 종이가 붙어 있었다.
서연이 재빨리 종이에 있는 문구를 읽었다.
“… 들어가지..마시오.. 안전상의 문제로 수리 중..”
그녀는 윤슬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진짜..네..? 그럼 그 저승사자 얘기도…”
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건 좀 너무 판타지야~ 진짜 그럴 리가 없잖아.”
그녀는 아까부터 대답이 없는 윤슬에게 다가간다.
윤슬은 멍하니 어떤 곳을 처다보고 있었다.
“윤슬아.. 뭐해?”
서연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윤슬의 등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서연아.. 너.. 저 사람 안보여..?”
윤슬이 허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서연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한번 보고 윤슬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야.. 강윤슬, 너 진짜 물 먹고 정신 이상해진거 아냐? 저기에 뭐가 있다고 그래..“
하지만 윤슬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검은 옷을 입고 사고가 났던 곳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3화에서 계속]
++연겟 ㅈ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