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란 단어의 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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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3 21:09조회 41댓글 2한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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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단어의 무게는

햇빛이 창문 틈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지민은 식탁 위에 놓인 머그잔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침에 서준이 내린 커피. 따뜻했을 시간은 이미 한참 전이었고, 지금은 손끝을 데우지도 못할 만큼 식어 있었다.

“오늘은 뭐 해?”
한결이 건넨 질문은 어쩐지 의무처럼 들렸다.

지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입을 떼면 무언가 무너질 것 같아서.
잠시 후, 겨우 내뱉은 대답은 짧고 공허했다.

“몰라.”

둘 사이엔 요즘 들어 침묵이 자주 깃들었다. 그 침묵은 때론 말보다 더 무겁게 가슴을 눌렀다.

처음엔 그를 사랑한다는 말이 참 따뜻했다. 떨리고, 설레고, 울컥했다. 그 한마디에 온 우주를 주고도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지민아,”
한결이 조심스레 부른다.

지민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응.”

“우리… 잘못된 걸까?”

그 말에 지민은 눈을 잠시 감았다.
오래된 노래의 가사처럼, 익숙하고 슬픈 질문.

눈은 감은 잠시동안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릴려고 했지만, 그동안 함께한 세월이 무색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지민은 조용히 말했다.
“사랑이라는 단어, 생각보다 무겁더라.”

처음엔 입에 담기도 벅찼던 그 말이, 지금은 너무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말은 있는데, 감정은 흐릿해졌다.

더 이상 “사랑해”라는 말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지 않았다.

한결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 곁에 다가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여전히 익숙한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민은 그 손을, 천천히 놓았다.

“잠깐 쉬자, 우리.”
그 말은 이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희망도 아니었다. 그저 솔직한 감정의 고백이었다.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담담하게.
사랑이란 단어는 때로, 아무 말보다 무거웠다.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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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분들보다 글 못쓰면 비교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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