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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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8 14:57조회 26댓글 2유하계
칵테일을 받아마셨다. 메뉴 설명을 하는 바텐더의 말을 흘려듣고, 가장 도수가 센 걸로 달라했다. 취해야했다. 그게 가장 빠른 당신을 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재즈 음악만 나오던 바 안에서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클래식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나도 아는 곡이라면, 분명히… 베토벤이라거나, 쇼팽이라거나. 아, 그래. 드뷔시. 드뷔시였다. 드뷔시의… 달빛이였나?

드뷔시 하면 당연히 나는 당신을 떠올린다. 아무리 단 한 번뿐인 만남이라지만 당신은 강렬했다. 저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드뷔시와는 반대로. 굳이 따지자면… 피시즈? 시지즈… 뭐 아무튼. 아, 리스트. 당신이 두 번째로 좋아한다던 리스트의 곡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아, 취한다! 당장이라도 내 옆에 당신이 있는것만 같았다. 아니, 같았던게 아니라 진짜 있었다. 당신이 보였다. 아무 관심 없는 피아노 노래가 알고리즘에 떴을 때 가만히 듣고 있던 내게, 불쑥 다가와 드뷔시를 좋아하냐 물었던 당신이. 눈을 반짝이며 어린 아이마냥 드뷔시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조잘대던 당신이. 나에게 있어서 드뷔시는 당신이였다.

"저한테 있어서 드뷔시는, 당신이였단, 말이에요… 네? 아, 보고싶네…"

나도 모르게 정신을 차려보니 속으로 생각한줄만 알았던 말들을 다 쏟아붓고 있었다. 다행히도 혼잣말 정도의 크기였기에, 다른 이들이 보기엔 평범하게… 만취한 남자였겠지. 그러나 내 옆에 있던 여자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잠깐, 옆에 여자? 아무도 없었을텐데?

"진짜 좋아하시나봐요, 드뷔시."

"네…"

내 눈 앞에 있는 당신은 술김에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까, 아니면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당신일까.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만큼은… 부디 후자이기를 바란다.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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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 좋더라구용...
새벽에막끄적여서맘에안들어요
https://curious.quizby.me/Y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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