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0 14:14•조회 37•댓글 1•Z.
시간이 노을 볕을 따라서 지나갈수록,
하늘이 노래졌다.
아픈 언니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고깃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위해.
항상 나는 그것 하나만을 위해 일을 하고 또 했다.
내 삶에 나타난 구원은 그 아이였다.
첫만남은 간단했다.
ㅡ
느닷없는 폭우에 눈 앞이 가려져도,
우산 하나가 없어 질퍽한 바닥에 발을 박고
날카로운 빗방울에 기어이 맞아주었다
그러던 내게 다가온 아이는 너였다.
명찰엔 반듯한 글씨로 유시연이라 적혀져 있었다.
이름 따윈 중요치 않았다.
모든 아이들의 호칭은 야, 너로 통일 되었으니까.
내게 푸른빛 우산을 씌워주자,
네 얼굴엔 하늘색 그림자가 드리웠다.
ㅡ
그 날 이후로 넌 항상 나에게 다가왔고,
나도 너를 받아드렸다.
뭐라도 사먹으라며 돈이고 옷이고 주는 널 보며
항상 고맙다고 느꼈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고마움을 숨기지 못 했다.
언제 한번 엄마가 너를 만나자
엄마는 곧이라도 울 듯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만원 한 장을 건냈다.
넌 아주 잠시, 네 얼굴 앞에 손을 휘적였다.
벌레가 붙었나 생각했지만 네 말이 들렸다.
" 아이씨.. 냄새.. "
나지막한 혼잣말 이었다.
제발 나 혼자만 듣기를 바랬다.
휘적이던 행동이, 일그러지던 얼굴이.
전부 냄새를 쫓기 위한 행동이었단 걸 깨달았다.
넌 뒤를 돌아서 바로 나에게 만원을 돌려주었다
필요 없다고, 감사하다는 너에게 거짓이 느껴졌다.
ㅡ
고기 냄새가 묻은 쥐꼬리 만한 돈 따위는
내 손에 묻히기 싫다는 듯이,
여태 내게 베풀었던 자비는,
그저 껍데기라는 듯이..
ㅡ
스쳐 지나가는 혐오감을 보았다.
네 얼굴이 잠시 일그러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ㅡ
넌 내 구원이 아니었다.
잠시나마 구원이었던 너는 배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