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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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7 19:29조회 40댓글 8한지우
나르시스즘


목이 터져라 너를 불러도
너는 절대로 뒤를 돌지 않았다.
넌 항상 이기적인 아이였으니까.
이해했다.

남들 앞에서는 착한 척 겸손한 척하는
너가 질투났다.
너 때문에 묻혔던 나의 재능이 싫어졌다.
너보다 못났다는 사실은
자책과 죄책을 불러일으켜 나를 자극했다.

결국은
너를 죽였다.
너는 피마저도 완벽했고
마지막 한 마디 마저 고귀했다.

“고마워. 죽여줘서”

우아한 백조를 연상시켰다.
죽어가는 백조를.

나는 정당화했다.
잘한 짓이라고.

너의 눈은 마지막까지 반짝였고.
끝내 너는 눈을 감아버렸다.

아직도 잊을 수 없어.
나의 긴 창이
너의 심장을 뚫고 통과할 때의 기분은
통쾌하면서도 눈물이 났다.
지독히도.

나는 너의 피를 작은 집기병에 담았다.
시간이 지나도 너의 순결하고도 순수한 그 피는
썩지 않았다.

너가 좋아서 널 죽였다
널 좋아했지만 나 자신을 더 사랑했다.
이게 나르시스즘이란 걸 알면서도
널 사랑하면서까지 널 죽였다.

시들시들해진 너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난 나를 더 사랑했으니.
하지만 너는 끝까지 날 사랑했다.
그렇지만 나르키소스였던 나는
너보다 나를 더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너가 죽었다는 것이다.

널 죽이고도 난 너를 죽였다는 사실이
안 믿겨졌다.


왜냐하면 너는.
과거의 나였으니까.

과거의 나보다 현재를 나를 더 사랑했고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내가 되길 원했다.

난 나 자신을 죽였고
죽어가고 있고
죽을 것이다.

By 한지우

때로는 자신을 죽여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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