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守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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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7 23:43조회 149댓글 4사유
처음 그대를 본 날, 나는 죄를 지은 줄 알았소.
세상이 정한 선을 넘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먼저 발을 내디뎠기에

그대는 내게 있어 이뤄서는 안 될 이름이었고,
나는 그대에게 있어 가져서는 안 될 운명이었소.
피의 강이 우리 사이를 가르고,
칼날 같은 시선들이 우리를 겨누었으나,
나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그대 하나를 품고자 하였소.

사랑이 어찌 허락을 받아야 진실이라 하겠소.
숨소리조차 삼가며 품은 마음이 거짓이었던가요.
세상의 법도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마다,
내 마음은 더 깊이 그대를 향했소.
멀어질수록 그대는 선명해졌고,
잊으려 할수록 그대는 더욱 지워지지 않았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세월 속에서,
내가 믿은 것은 단 하나,
그대가 나를 잊지 않을 것이란 신념뿐이었소.
그것이 나를 버티게 했고,
그것이 나를 사람으로 살게 했소.

사람들은 말했지요.
잊으라, 놓으라, 죽으라..

그러나 나는 살았소.
오직 그대를 기다리기 위해,
오직 그대의 이름을 입에 담기 위해.

그대가 돌아왔을 때,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고,
그대도 더 이상 전쟁의 장수가 아니었소.
그러나 마음만은 변한 것이 없었기에,
나는 웃었고, 그대는 울었지요.

수많은 밤, 내가 얼마나 그대를 불렀는지 아시오?
달빛 아래 그대의 이름을 놓고 백 번도 넘게 다짐했소.
만약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또다시 그대를 사랑하리라.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죄인이 아니라 연인이 되었고,
망설임이 아닌 맹세로 서로를 품었으며,
세월조차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우리는 끝내 이루었소.

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요.
이 얼마나 쓰라린 기다림이었는지요.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소.
이 사랑이 나를 다 태워버린다 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였기에,
이 생은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하였소.

그대여,
다시는 말하지 마오.
내가 그대를 기다린 세월이 안쓰럽다고.
나는 그 시간들 덕에 살아 있었소.

사랑이란,
결코 얻는 것이 아니라,
끝끝내 지켜내는 것임을
그대를 통해 나는 배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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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愛: 수애
⇒ 사랑을 지켜냄

큐리: https://curious.quizby.me/v8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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